브라질 보우소나루, 쿠바에 연일 강경 발언…단교로 가나
브라질서 일하는 쿠바 의사들 '노예 노동' 다름없다 비난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당선인이 쿠바를 향해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면서 외교 관계 중단 사태로 비화할지 주목된다.
19일(현지시간) 국영 뉴스통신 아젠시아 브라질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당선인은 전날 쿠바 정부가 자국 의사들을 '노예 노동'과 다름없는 상황에 빠지게 했다고 비난했다.
이는 브라질 정부가 운영하는 '더 많은 의사들'(Mais Medicos)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쿠바 의사들이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가족과 같이 사는 것도 금지되는 상황을 두고 한 말이다.
브라질 정부는 의료진 부족 문제 해결과 빈곤 지역 의료 서비스 확충을 위해 지난 2013년부터 '더 많은 의사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영국·스웨덴 등 유럽 의료 선진국의 보건 정책을 본뜬 이 프로그램에 따라 현재 브라질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의사는 1만6천400여 명이며, 이 가운데 쿠바 출신은 8천300여 명이다.
브라질 정부는 의사들에게 월급을 직접 주지 않고 쿠바 정부에 전달하면, 쿠바 정부가 일정액을 제외하고 월급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바 의사들이 실제로 받는 월급은 30% 정도로 알려졌다.
앞서 보우소나루 당선인은 브라질리아에서 발행되는 신문과 회견을 통해 쿠바 당국이 인권을 존중하지 않기 때문에 외교 관계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자 쿠바 보건부는 올해 안에 자국 의사들을 모두 철수시킬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보우소나루 당선인은 쿠바 의사들이 빠져나가면 브라질이나 다른 나라 의사들로 채울 것이라고 말했으나 의료진 공백을 단기간에 메우기는 어려워 보인다.
브라질 전국도시보건협의회(Conasems)는 성명을 통해 쿠바 의사들이 올해 말까지 모두 철수하면 600여 개 도시에서 공공의료 서비스 공백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브라질 전체 도시의 10%를 넘는 수준이다.
이에 대해 보우소나루 당선인은 "쿠바 의사들의 철수 문제로 불평하는 시장들은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상당수 시 정부가 공공의료시설에서 정상적으로 근무하던 의사를 내쫓고 정부 지원으로 쿠바 의사를 고용하는 쉬운 방법을 택한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보우소나루 당선인이 연일 쿠바에 대해 각을 세우면서 새해 1월 1일 취임 후 쿠바와 단교를 실행에 옮길지 주목된다.
브라질과 쿠바는 1906년에 외교 관계를 맺었다. 1964년에 브라질에서 군사 쿠데타가 일어난 후 단교했다가 1986년에 관계를 복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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