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순간에 치부 꺼낸 김재환 "약물 문제, 매일 후회했다"

입력 2018-11-19 16:23
수정 2018-11-19 17:08
최고의 순간에 치부 꺼낸 김재환 "약물 문제, 매일 후회했다"

2018 홈런·타점 1위 오르며 정규시즌 MVP 수상

"나를 향한 비판 모두 받아들여야…그래서 앞으로 내 인생이 더 중요"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김재환(30·두산 베어스)이 생애 최고의 순간에 가장 아픈 얘기를 꺼냈다.

"제가 외면하고 넘어갈 수 없는 문제니까요."

김재환은 2018 KBO리그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19일 몇 차례나 '사과'를 했다.

이날 KBO는 서울 강남구 르메르디앙 서울에서 KBO 시상식을 열었다. 정규시즌에서 홈런과 타점 1위에 오른 김재환이 MVP에 올랐다.

김재환은 생애 처음으로 개인 타이틀을 획득했고, 첫 MVP까지 거머쥐었다.

무대에 오른 김재환은 동료와 코칭스태프에 감사 인사를 하다가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할 책임 같은 것이 있다. 무겁게 가지고 가겠다"고 '약물'을 화두에 올렸다.

자신이 먼저 치부를 꺼냈다.

김재환은 2011년 10월 도핑 테스트에서 금지약물 성분이 검출됐고, 2012년 10경기 출장정지 처분을 받았다.

시상식 후 취재진과 다시 인터뷰한 김재환은 "(약물 문제는) 내가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나를 향한 비판을 외면하고 지나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수상 소감을 밝히며 '약물 문제'를 꺼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지금도 후회를 하고 있다. (약물 문제에 관해서는) 단 하루도 후회하지 않은 날이 없다"고 떠올리기도 했다.

김재환은 오랫동안 '유망주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2008년 포수로 입단한 김재환은 곧 1루수로 자리를 옮겼고 외야 훈련도 했다. 타격 재능을 살리기 위한 조처였지만, 김재환은 2015년까지 1군과 2군을 오가는 유망주에 멈춰 있었다.

2016년부터 김재환의 타격 재능이 폭발했다. 그해 타율 0.325, 37홈런, 124타점을 올린 김재환은 2017년 타율 0.340, 35홈런, 115타점을 기록하며 유망주 꼬리표를 떼어냈다. 올해는 타율 0.334, 44홈런, 133타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약물 이력'은 김재환이 야구를 더 잘할수록 날 선 비판으로 되돌아왔다.

김재환은 "최근 3년 동안 야구가 잘 풀려서 기쁘면서도 너무 괴로웠다. 바깥출입도 자제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정규시즌 MVP를 수상하면서도 김재환은 가족에게까지 비판의 날이 향할까를 걱정한다. 그는 "무대 위에서 잠시 울컥한 건, 가족들에게 미안해서였다"고 밝혔다.

두산 관계자들과 동료들은 김재환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알고 있다.

김재환은 2016년부터 야구 경기가 없는 월요일에도 야구장에 나와 훈련했다. 그는 "2016년에 쌍둥이를 얻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정말 야구를 못 했으니까 '아이를 키우려면 야구를 그만둬야 하나'를 고민했다"며 "'마지막으로 야구만 생각하자'는 마음으로 2016년부터 휴일에도 훈련했다. 이후 '월요일 훈련'은 내 일상이 됐다"고 전했다.

과거의 잘못을 깊이 반성한 김재환은 미래를 담보로 다시 한번 용서를 구했다.

김재환은 "과거의 잘못이 있으니 내 미래가 더 중요하다. 경기장 안팎에서 성실한 모습을 보이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부상으로 받은 승용차도 기부할 계획이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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