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 환희유치원의 역설…오히려 이젠 유치원 롤모델?
국가회계시스템 '에듀파인' 도입하고 공개입찰 진행
수업교구재 선택·방과후 과정 결정때 학부모와 협의 약속
(수원=연합뉴스) 류수현 기자 = 이른바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이 공개되고 나서 가장 큰 직격탄을 맞은 곳은 경기 동탄의 환희유치원이었다.
학부모들은 분노했다. 믿고 아이를 맡겼던 유치원 설립자 겸 원장 A씨는 교비로 명품 가방을 샀고, 아들은 성인용품점에서 유치원 체크카드를 긁었다.
모럴 해저드 속에 맘대로 쓴 교비만 약 7억원.
교육 당국의 감사로 A씨가 '파면'당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학부모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단체 행동에 나섰다.
'비리유치원'의 끝판왕 격인 환희유치원은 연일 언론과 학부모 입방아에 오르며 파문을 일으켰다.
결국, 지난 17일 환희유치원 전 원장 A씨는 유치원 강당에 모인 학부모 200여명 앞에서 눈물을 쏟으며 사과했다.
하지만 비난여론의 태풍이 지나간 현재 아이러니하게도 일부 학부모 사이에서는 "지금 같은 상황엔 아이를 오히려 환희유치원에 보내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역설적인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정부와 사립유치원 모임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간 기싸움이 계속되며 사립유치원에 대한 불안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학부모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정상화를 추진 중인 환희유치원에 더 신뢰가 간다는 것이다.
전 원장 A씨가 공개 사과할 당시 학부모들은 A씨에게 ▲ 국가회계시스템 에듀파인 도입 ▲ 협력업체 선정은 공개입찰로 진행 ▲ 수업교구재 선택 시 학부모위원회 권고 반영 ▲ 학부모위원회의 불시 급식 점검 허용 등을 수용하라고 요구했다.
더불어 공석인 원장을 공개 채용하고, 유치원에 근무 중인 두 아들 중 한 명을 행정전문가로 대체하라고 강조했다.
A씨는 이를 모두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했다.
만약 환희유치원이 학부모들의 요구대로 운영된다면 '사립유치원 사태'에서 논란의 중심에 섰던 곳이 공립유치원 수준의 공공성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한 학부모는 28일 "실명이 공개된 유치원 중 상당수는 학부모들이 만족할만한 대책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환희유치원이 학부모와 언론 앞에서 정상화를 약속한 만큼 이번 사태 이후 사립유치원 중에는 그나마 가장 모범적인 사례가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지난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유치원 비리근절 대책' 당정 협의회를 하고 2022년으로 잡아둔 국공립유치원 취원율 40% 달성의 목표시한을 한 해 앞당기기로 했다.
또 국가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의 단계적 적용을 통해 2020년에는 사립유치원을 포함한 모든 유치원이 에듀파인을 사용하도록 했다.
한유총은 이번 대책에 대해 "사립유치원 땅과 건물을 본인의 사유재산으로 일구고 수십 년간 유아교육에 헌신한 설립자·원장들의 생존을 불가능하게 만든 것"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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