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비치' LA, "실리콘밸리처럼 되지 말자" 캠페인
홈리스 사태 악화 전 해결책 모색 위한 '서약 LA' 추진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기자 = 실리콘밸리의 고도성장을 본받기 위해 기술 벤처 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해온 로스앤젤레스(LA). 심지어 LA 벤처 기업인들은 미국 서남부 해변의 실리콘밸리라는 뜻으로 LA를 '실리콘비치'라고 부른다.
그러나 최근 LA가 '실리콘밸리처럼 성장하지 말자'는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 보도했다.
넘쳐나는 노숙자, 소득 불평등, 극심한 도로정체 등은 샌프란시스코를 포함한 실리콘밸리, 나아가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본사가 있는 시애틀에 이르기까지 미국 기술을 선도하는 도시들이 가진 공통의 골칫거리다.
도시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이들 지역의 선도적인 기술 기업들 때문에 비롯됐거나, 이들이 문제 해결을 돕지 않아 악화시킨 것이라는 책임론을 제기한다.
WSJ는 "LA의 시민단체와 정치지도자들은 벤처 투자자 및 기업들과 협력해 LA에서 이들 문제가 악화되기 전에 공동 대처하기 위한 캠페인에 착수했다"면서 비영리 자선단체인 애넌버그 파운데이션과 LA 시가 공동 추진하는 '서약 LA(PledgeLA)'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지금까지 테슬라 창업주 일론 머스크의 초음속 자기부상열차 스타트업인 '하이퍼루프 원'과 세계적인 면도기 스타트업 '달러 쉐이브 클럽', 이 지역의 대표적인 벤처 캐피털 회사인 '크로스컷 벤처스' 등 82개 업체가 서명했다.
크로스컷 벤처스의 릭 스미스 공동창업자는 "최근 경영자들은 노숙자 문제 해결을 위해 매년 수백만 달러를 정기적으로 출자하고 있음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면서 "이 프로젝트가 우리 공동체의 문제점을 고쳐야 한다는 분위기를 선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에릭 가세티 LA 시장은 노숙자들에게 공급할 주택 건설을 보다 신속하게 추진하는 방안을 기술 기업 임원들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가세티 시장은 WSJ 인터뷰에서 "파괴를 최소화하는 산업 중 하나가 바로 건설업"이라고 했다. 실리콘밸리의 모토인 '기존 산업의 파괴'에 빗대 노숙자 문제 해결을 위한 주택 건설의 순기능을 설명한 것이다.
'서약 LA'는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벤처 캐피털 회사를 주요 타깃으로 한다.
벤처 초기 단계부터 기술 기업이 도시 공동체와 공생하는 습성을 몸에 배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LA의 벤처 캐피털 투자 규모는 샌프란시스코와 비교하면 아직 어린아이 수준이긴 하지만, 2013년 이후 지난 4년간 펀딩 규모가 무려 132% 증가했다.
애넌버그 재단은 "매년 조사를 통해 참여 기업을 공표할 계획"이라며 테크 기업들의 참여를 압박할 것임을 시사했다.
kn020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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