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재무, 카슈끄지사건 파문에도 사우디 방문…"이란문제 협의"
"사우디 제재언급 이르다…진상 접근 노력과 함께 사우디와 관계지속"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의혹 파문이 계속되는 가운데 사우디를 방문하기로 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을 비롯한 미국 언론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므누신 장관은 카슈끄지 피살 의혹 속에 오는 23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리는 대규모 국제 투자회의인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FII)에는 참석하지 않기로 했지만 이란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사우디를 방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동 순방길에 나선 므누신 장관은 첫 방문지인 예루살렘에서 이날 기자들과 만나 FII 불참을 재확인하면서도 이란의 군사적, 정치적 영향력을 제어하고 테러세력의 자금조달 관련 대응을 카운터파트와 논의하기 위해 "예정대로 리야드를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므누신 장관은 "FII에 참석해 연설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우리는 사우디와 계속 중요한 이슈가 있고, 그것이 내가 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므누신 장관이 22일 리야드를 방문할 것이라고 전했다.
므누신 장관은 예루살렘과 사우디 외에 이번 주 카타르, 아부다비, 요르단, 쿠웨이트 등의 방문을 통해 다음 달 초 복원할 예정인 미국의 대이란 원유제재에 대한 공조를 모색할 것으로 전해졌다.
므누신 장관은 그러나 사우디 왕실이나 당국의 개입 가능성이 제기되는 카슈끄지 피살 의혹과 관련한 사우디 제재 문제에 대해 "조사가 끝날 때까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진상을 규명할 때까지 제재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일단 선을 그었다.
므누신 장관은 "지금 나오고 있는 정보는 좋은 첫걸음"이라면서도 "분명히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사우디 정부가 터키 주재 자국 영사관에서의 카슈끄지의 사망 사실을 20일 인정하면서도 암살이 아닌 우발적인 주먹 다툼 중에 숨졌다고 발표한 것을 염두에 둔 언급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사우디 당국의 발표는 터키 매체들이 카슈끄지 사망 당시 녹음된 오디오를 청취한 고위 관리 등을 인용해 사우디 요원 15명이 그의 손가락을 자르며 고문하다 불과 몇 분 만에 참수 살해하고, 법의학자의 지휘로 시신을 토막 내 2시간 안에 처리까지 끝냈다고 보도한 것과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므누신 장관은 카슈끄지의 사망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우디에 대한 메시지가 있으면 사우디 측에 전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므누신 장관은 "우리는 사우디와 오랜 관계를 갖고 있다. 우리는 '확실히 끔찍한 상황'에 있는 카슈끄지 사망 사건과 관련한 진상에 접근하는 동시에, 사우디와의 관계를 계속할 것"이라면서 사우디와의 관계 중요성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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