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록 전설 빅토르 최 여권, 경매서 1억5천만원에 팔려(종합)

입력 2018-09-27 22:27
러시아 록 전설 빅토르 최 여권, 경매서 1억5천만원에 팔려(종합)

노래 가사·수첩과 함께 경매 나와…"옛 친구가 소장하다 매각"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옛 소련 시절 러시아 록 음악의 '전설’빅토르 최의 옛 여권이 경매에서 한화 1억5천만 원 상당에 팔렸다고 타스 통신 등이 26일(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소련 시절인 지난 1979년에 발급된 빅토르 최의 여권이 이날 러시아 현지 경매소 '리트폰드'에서 9백만 루블(한화 약 1억5천만 원)에 낙찰됐다.

여권은 빅토르가 17세 때 발급받았던 것으로 그가 1990년 사망하고 몇 년 뒤 그의 친구 집 냉장고 뒤쪽에서 발견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매소 측은 여권을 보관해 오다 경매소에 내놓은 소장인은 젊은 시절 빅토르와 친하게 지내면서 함께 록 클럽에서 공연도 했던 그의 친구라고 전했다.

하지만 소장인의 신상은 공개하지 않았다.

여권과 함께 발견돼 경매에 나온 빅토르의 수첩과 손으로 쓴 노래 가사는 각각 300만 루블과 360만 루블에 팔렸다.

수첩에는 동료 음악인들의 전화번호가 적혀 있으며, 가사는 빅토르의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변화를 원해' 초안인 것으로 전해졌다.

빅토르와 함께 록 그룹 '키노'를 결성해 기타리스트로 활동한 알렉세이 리빈은 이날 빅토르 유품 경매에 대해 "이는 전적으로 비도덕적인 행동이다. 판 사람도 산 사람도 예의가 없다"면서 "여권을 비롯한 유품은 유족들에게 돌려줬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1962년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카자흐스탄 출신의 고려인 2세 아버지 로베르트와 러시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빅토르는 19세 때인 1981년 록 그룹 '키노'(Kino)를 결성해 약 9년 동안 왕성한 음악 활동을 펼쳤다.

러시아 특유의 선율에 옛 소련의 압제적 분위기에 맞서는 저항과 자유의 메시지를 담은 그의 음악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면서 빅토르는 일약 소련 록의 우상으로 떠올랐다.

'혈액형’‘마지막 영웅’'변화를 원해' 등 수많은 히트곡이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 러시아 음악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인기 절정에 있던 그는 1990년 8월 순회공연차 들른 라트비아 리가에서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28세의 나이로 요절했다. 공식 사고 원인은 졸음운전으로 발표됐으나 일각에선 타살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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