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참상 예멘, 교육 붕괴로 '잃어버린 세대' 우려

입력 2018-09-17 10:09
내전 참상 예멘, 교육 붕괴로 '잃어버린 세대' 우려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장기간의 내전으로 최악의 인도적 위기를 겪고 있는 아랍권 최빈국 예멘이 자칫 한세대가 단절될 위기를 맞고 있다.

미래를 짊어져야 할 젊고 어린 세대가 내전의 참상 속에 사실상 붕괴하고 있다.

지난 2015년 내전 악화 이후 부모들의 직업이 없어지는 바람에 학교를 다녀야 할 유소년 약 50만 명이 가족의 생계를 맡아 돈벌이에 나서고 있으며 또 지금까지 약 5천 명의 소년들이 내전의 포화 속에 죽거나 다쳤다고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 전했다.



여기에 상당수 젊은층은 징집 등을 피해 해외로 피신한 상황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지원하는 정부군에 후티 반군이 맞서고 있는 내전으로 2천800만 예멘 주민 가운데 무려 5분의 4가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달 들어 한 가닥 평화전망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제네바에서 열릴 예정이던 내전 당사자 간 협상은 후티 반군 측이 나타나지 않아 무산됐다.

장기간의 내전에 따른 피해가 특히 유소년들에 집중되면서 예멘의 장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예멘의 미래를 맡아야 할 세대 육성에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학교에 다녀야 할 한 13세 소년은 대신 길거리 자동차 정비소에서 기름때를 묻히며 한 달에 30달러(약 3만5천 원)를 벌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예멘에서 활동 중인 유엔 관리 라이스 그란데는 "우리는 지금 소년들이 교육받지 못하고 트라우마에 싸여 단절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면서 "이는 미래에 큰 문제를 비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무엇보다 아이들의 장래와 예멘의 미래를 결정할 학교가 학기에 맞춰 문을 열 수 있도록 모든 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군과 반군 모두 지금까지 약 2천400명의 소년을 병사로 징집하는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천500여 개소의 학교들이 폭격으로 파괴되거나 무장세력에 의해 점거됐다.

또 일부 학교는 내전을 피해 고향을 떠난 주민들의 임시 피난처가 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한 버스가 정부군의 공습을 받아 40명의 소년이 사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소년들에 미치는 최악의 영향은 내전에 따른 경제적 붕괴다.

약 800만 명의 주민이 기아에 몰리면서 부모들이 어린 자녀들을 생업 전선으로 내몰고 있다. 당장의 빵을 위해 미처 교육을 생각할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일부 가족은 생계의 부담을 덜고 안전을 위해 딸을 18세가 되기 전에 결혼을 시키고 있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소년병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소년병으로 들어갈 경우 한 달에 100달러(약 11만 원)를 벌 수 있다.

이들 소년병이 검문소에서 AK 소총을 휘두르며 후티 반군으로부터 마을과 도시를 지키는 것이 그들의 임무라고 떠들어대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다고 FT는 전했다.

yj378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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