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시장 또 먹구름…아르헨·터키 불안에 통화가치 일제히 휘청
러·남아공·브라질 등 24곳 중 20곳 달러대비 환율 상승
취약국 국한될지 미지수…양적완화 종식·무역전쟁에 전염성 증가세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아르헨티나와 터키 통화가치가 고꾸라져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급격하게 확산하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페소화 환율은 장중 한때 달러당 42페소를 찍었다가 전날보다 13.12% 치솟은 달러당 39.25페소로 마감했다.
출혈을 막으려는 아르헨티나 당국의 극약 처방도 소용없었다.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은 앞서 국제통화기금(IMF)과 합의한 500억달러(약 55조5천800억원) 대기성 차관의 조기 집행을 요청했으며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60%로 15%포인트 전격적으로 인상했다.
그러나 이런 소식은 오히려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부채질했다.
아르헨티나는 성장률 둔화, 물가상승률 급등 등 경제 펀더멘털이 약화한 가운데 재정적자를 안고 있는 정부의 부채상환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상태다.
연일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는 올해 들어 반 토막 나 달러 대비 51% 하락했다.
이런 가치 하락 폭은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24개 신흥국 통화 중에서 가장 큰 것으로, 그다음으로는 터키 리라화(44%), 브라질 헤알화(20%),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16%), 러시아 루블화(15%) 순서로 낙폭이 크다.
터키는 미국과 빚고 있는 갈등이 이어지는 데다 경기신뢰지수를 비롯한 경제지표 악화,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사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에 더해 30일 터키 중앙은행의 부총재 에르칸 킬림지가 사임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져 통화가치가 급락했다.
그동안 터키 금융시장의 가장 큰 불안요인 중 하나가 중앙은행의 독립성 위협이었다는 점에서 킬림지의 사임 배경에 금리를 둘러싼 정부와의 불화가 있다는 소문은 시장의 위기감을 키웠다.
이날 리라화는 달러당 6.6555리라로 전날보다 2.8% 절하됐다.
통화불안이 일부 취약국가들에 한정될 것인지, 신흥국 전반으로 전염될지 관측은 여전히 엇갈리나 아르헨티나와 터키가 통화불안 탓에 경제성장률이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 속에 신흥시장이 압박을 받는 것은 분명하다.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24개 신흥국 통화 중 20개 통화가치가 이날 하락했으며 MSCI 신흥시장 통화지수는 1.3% 내렸다.
샤마일라 칸 얼라이언스번스틴 신흥시장 채권 책임자는 블룸버그에 "이들 통화가 신흥시장을 감염시키고 있다"며 "이런 소식들을 둘러싸고 변동성이 커질 것이고 오늘이 그중 하루"라고 설명했다.
양적완화의 시대가 끝났고 무역전쟁이 확산하며 미국이 여러 신흥국을 제재하는 등 신흥시장은 겹악재에 직면해 있다. 미국의 경기가 호조를 보이면서 달러화가 강세이고 금리는 오르고 있다.
여기에 각국의 불안한 정치적, 경제적 여건이 더해지면서 투자자들을 신흥시장으로부터 돌려세우고 있다.
브라질은 대선 불확실성에 인접국 아르헨티나의 위기가 가중하자 이날 헤알화 가치가 장중 한때 사상 최저치를 찍었다가 달러당 4.146헤알에 거래를 마쳤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집권여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토지개혁안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커지면서 랜드화 변동성이 커졌다.
이날 랜드화는 달러당 14.733랜드로 전날보다 2.6% 절하됐으며 FTSE/JSE아프리카 지수도 2.3% 하락했다.
인도 루피화와 칠레 페소화,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도 올해 들어 달러화 대비 9% 안팎 하락하는 등 신흥국 통화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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