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허위매매 공범끼리 거짓진술…범인도피죄로 처벌 못해"
法 "자신과 밀접한 관계의 범행 숨긴 것…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무죄"
강제집행 피하려 허위매매한 혐의 자체는 유죄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부동산을 가짜로 사고팔기로 한 공범끼리 수사기관에서 허위 계약서를 제출하고 실제 거래가 있었던 것처럼 진술했더라도 범인도피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본인이 아닌 공범의 범행을 숨기려고 한 것이라도 결국 자신의 범행을 은닉한 셈이 되므로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죄책을 물을 수 없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허위 부동산 매매 혐의 등으로 기소된 신모(59)씨의 상고심에서 범인도피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14일 밝혔다. 신씨에게 범인도피를 교사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강모(59)씨도 원심과 같이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신 허위로 부동산을 매매한 것처럼 꾸며 법원의 강제집행을 피하려고 한 혐의(강제집행면탈)에 대해서는 두 사람 모두 유죄가 인정돼 각각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징역 6월을 확정받았다.
부산에서 이른바 '콜라텍'을 운영하던 강씨는 2012년 12월 인근 경쟁업체가 낸 영업금지 소송에서 '영업을 계속하면 안 된다'는 판결이 나오자, 법원의 강제집행을 방해하기 위해 이듬해 5월 콜라텍 사업자를 신씨 명의로 바꾸는 허위 부동산매매 계약서를 작성했다.
강씨는 강제집행 면탈 혐의로 피소되자 신씨에게 실제 부동산 매매가 있었던 것처럼 수사기관에 허위 진술을 해달라고 요청한 혐의(범인도피 교사)도 받게 됐다. 신씨는 강씨의 부탁대로 경찰과 검찰에서 실제 매매가 있었다고 거짓진술을 하고, 가짜로 만든 부동산매매계약서 등을 제출한 혐의(범인도피)를 받았다.
재판에서는 강제집행 면탈죄 공범인 강씨와 신씨 사이에서도 범인도피죄가 성립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법원은 범인이 자신을 위해 타인에게 허위의 진술을 하게 한 경우에는 방어권 보장을 위해 범인도피교사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본다.
또 공범 중 1인이 범인을 숨겨주는 일을 저질렀을 때도 자신의 범행을 숨기려는 뜻이 있었다면 역시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무죄로 판단한다.
1심은 범인도피죄 성립에 대한 별다른 판단 없이 신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강씨에게 징역 6월을 선고했다.
2심은 "자신들의 범행 은닉과도 밀접한 관계에 있는 공범에게 콜라텍 양도가 허위가 아니라는 취지로 진술하게 시킨 행위에 불과해 이를 방어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범인도피 및 범인도피교사 혐의가 모두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신 강제집행면탈죄는 모두 유죄라고 봐 1심의 내린 형량을 그래도 유지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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