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회복 총력"…삼성, 상생협력·동반성장에도 곳간 푼다
'효과 검증된' 프로그램 중심, 협력사 지원프로그램에만 4조원
"'실적이 이끄는 회사'에서 '가치가 이끄는 회사'로 탈바꿈 노력"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제가 큰 부분을 놓친 것 같습니다. 성취가 커질수록 국민과 우리 사회가 삼성에 건 기대가 더 엄격하게 커졌습니다."
지난해 8월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1심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구속수감 중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이 없지 않지만 저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봤다"면서 토로한 심경이었다.
같은해 12월 항소심 결심공판에서는 "바닥까지 떨어져 버린 신뢰를 어떻게 되찾을지 막막하다"고도 했다.
삼성이 8일 '3년간 180조원 투자와 4만명 직접 채용'이라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함께 내놓은 '상생협력 확대 방안'은 이 부회장의 이런 인식이 기저에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영이념인 '공존공영'과 경영 핵심철학인 '상생추구'를 반영하면서 동시에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동반성장 기조에 부응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지원 내용은 '국내 1위 그룹'에 걸맞게 수치만 봐도 프로그램마다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우선 삼성은 중소기업벤처부와 함께 '스마트 팩토리 4.0'을 지원함으로써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앞으로 5년간 총 1천1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중소기업 2천500개의 스마트공장 전환과 국내외 판로 개척 등을 지원한다는 게 골자다. 이를 통해 5년간 창출되는 일자리만 1만5천개에 달할 것으로 기대했다.
스마트공장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자동화·지능화 분야의 IT 기술을 접목해 공장 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생산성이 향상되면 매출이 늘어나고, 결국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는 취지에서 민관이 함께 추진하고 있다.
특히 삼성은 거래가 없는 '비협력' 중소기업도 지원 대상에 포함하는 한편 지방 노후 산업단지에 있는 기업이나 장애인·여성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을 우선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삼성은 지금까지 1∼2차 협력사 중심으로 운영해온 협력사 지원프로그램을 3차 협력사까지 확대한다. 특히 총 7천억원 규모의 3차 협력사 전용 펀드도 추가 조성하기로 했다.
협력사들은 상생펀드를 통해 90억원 한도 내에서 저리 대출을 받아 시설투자와 연구개발(R&D) 등에 활용할 수 있어 자금 조달에 숨통을 틔울 수 있게 된다.
삼성은 이미 2010년부터 2조3천억원 규모의 협력사 지원 펀드를 조성·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계획으로 펀드 규모는 3조원으로 늘어난다.
이밖에 우수 협력사에 대한 인센티브를 현재 연간 500억원에서 1천억원으로 늘리는 한편 최근 법정 최저임금 급등으로 자금난을 겪는 협력사들을 위해 인건비 인상분을 납품단가에 계속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납품단가 증가분은 2020년까지 6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협력사 지원 펀드 3조원에 우수협력사 인센티브 연간 1천여억원(3년간 3천여억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납품단가 인상분(3년간 6천여억원) 등을 합치면 총 4조원에 달하는 셈이다.
삼성의 상생협력 방안은 '대한민국 대표기업'을 넘어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부상한 삼성이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국민신뢰 회복에 나선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부회장이 지난 6일 경기도 평택캠퍼스에서 "기업의 본분을 잊지 않고 젊은이들이 꿈을 가질 수 있도록, 그리고 국민이 자부심을 느끼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우리나라 경제를 사실상 떠받치고 있는 회사로서 자부심을 느끼되 '실적이 이끄는 회사'(Performance Driven Company)에서 '가치가 이끄는 회사'(Value Driven Company)로 탈바꿈하자는 게 지향점이라고 복수의 삼성 임원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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