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심리도 꺾인다…17개월만에 최저, 낙폭 메르스 이후 최대

입력 2018-07-31 06:00
수정 2018-07-31 08:42
기업심리도 꺾인다…17개월만에 최저, 낙폭 메르스 이후 최대



소비심리까지 더한 경제심리지수, 1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아

주52시간·최저임금 부담에 제조업체 '인력 애로' 역대 최고



(서울=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소비심리에 이어 기업 체감경기도 빠르게 얼어붙는 모양새다.

기업 체감경기 수준은 1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았고 낙폭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제일 컸다.

기업들은 주 52시간 도입, 최저임금의 잇따른 두 자릿수 인상이 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응답했다.

한국은행이 31일 발표한 '2018년 7월 기업경기 실사지수(BSI)'를 보면 이달 전체 산업 업황 BSI는 75로 한 달 전보다 5포인트 하락했다.

BSI는 기업이 인식하는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지표다.

100 미만이면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곳보다 많다는 뜻이다.

BSI는 4월 79에서 5월 81로 올랐다가 6월 80으로 떨어진 뒤 2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7월 BSI 수준 자체는 작년 2월(74) 이후 가장 낮았다.

하락 폭은 2015년 6월(-9포인트) 이후 최대였다. 당시는 메르스 사태로 내수가 빠르게 식던 때였다.

한은 관계자는 "무역분쟁이 심화하며 제조업 업황 BSI가 하락했다"며 "비제조업 업황 BSI는 계절적 요인, SOC 투자 감소 때문에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 업황 BSI가 74로 6포인트 하락했다.

제조업 BSI 하락 폭 역시 2015년 6월(-7포인트) 이후 가장 컸다.

세부적으로는 전자영상통신장비가 89에서 85로 4포인트 하락했다. 디스플레이, 스마트폰의 판매 부진 여파다.

미중 무역마찰이 본격화하며 화학제품(91)은 11포인트 떨어졌다.

완성차 업체의 판매 부진, 미국의 수입 자동차 관세 부과 방침 때문에 자동차(65)도 7포인트 빠졌다.

비제조업 업황 BSI는 76으로 4포인트 떨어졌다.

지수는 작년 10월(76)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도소매업(74)은 5포인트 하락했다. 본격적인 휴가철에 접어들면서 영업일 수가 줄고 내수가 부진해진 영향이다.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74)은 12포인트, 건설업(73)은 3포인트 각각 떨어졌다.

사회간접자본(SOC) 등의 공공부문 투자 감소 때문이다.

경영 애로사항을 보면 제조업체에선 '내수 부진'(20.9%), '인력난·인건비 상승'(14.2%) 등 순으로 조사됐다.

특히 인력난·인건비 상승은 한 달 전보다 2.2%포인트 상승, 한은이 통계를 조사한 2003년 1월 이래 최고로 치솟았다.



비제조업체들도 경영에 애로를 주는 요인을 '내수 부진'(17.1%), '인력난·인건비 상승'(14.4%) 순으로 꼽았다.

한은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커졌고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며 대체 인력을 구하는 기업들이 인력난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음 달 전체 산업 업황전망 BSI는 73으로 한 달 전 전망보다 7포인트 떨어졌다.

제조업 업황전망 BSI가 73으로 7포인트 하락했고 비제조업은 6포인트 떨어진 74로 조사됐다.



한편 BSI에 소비자동향지수(CSI)를 합쳐 산출한 경제 심리지수(ESI)는 전월보다 5.1포인트 떨어진 93.1을 나타냈다.

지수 수준은 2016년 12월(91.5) 이후 가장 낮았다.

BSI뿐 아니라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도 작년 4월 이후 최저로 떨어지는 등 부진했다.

가계소비 심리, 기업 심리를 가리지 않고 체감경기가 빠르게 식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SI에서 계절적 요인, 불규칙 변동을 제거한 순환변동치는 95.5로 0.5포인트 떨어졌다.

porqu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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