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무역전쟁, 신용등급 강등요인 아냐…문제는 강달러"

입력 2018-07-20 10:39
피치 "무역전쟁, 신용등급 강등요인 아냐…문제는 강달러"

"美 기업 설비투자 내년 0.8% 줄 것"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무역전쟁 자체보다는 미국 달러화의 강세가 국가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라고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가 20일 밝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피치 그룹의 제임스 매코맥 국가신용등급 책임자는 달러화가 최근 강세를 보이는 것이 신흥시장 국가들의 신용등급에 전반적으로 더 큰 리스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피치가 최근 발표한 부정적 신용등급 전망들은 긍정적 전망을 다시 앞서고 있다. 매코맥은 이에 대해 "우리는 달러화의 향방이 (무역전쟁보다) 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신흥시장의 달러화 소득이 국내 통화 소득보다 더 빨리 늘어나는 상황이라면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하는 편이고 이와 반대되는 상황이라면 하향 조정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미국 달러화 가치는 19일 1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서면서 지난 4월과 비교해 7%가량 오른 상태다. 달러화 가치가 4개월 연속 상승세를 지속한 것은 3년여 만에 처음이다.

지난 20년간의 데이터를 살펴보면 미국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신흥시장 국가들의 외환보유고가 줄어들 때마다 개도국들의 신용등급은 하락하는 추세였다.

최근 사례를 보면 2013년부터 2017년 사이에 미국 달러화 가치가 30% 상승하는 동안 신흥시장 국가들의 등급은 평균적으로 1∼1.5단계 하락한 바 있다.

피치는 무역전쟁이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최대 0.5%포인트가량 낮추고 중국의 경제성장률에도 이 정도의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신용등급의 하락을 초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매코맥은 "미국은 AAA등급의 위쪽에 있다"고 말하고 피치의 내부 모델이 하향 가능성을 경고하기 시작하려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20∼35% 범위로 올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의 A+등급이 경제성장률의 하락을 견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성장률이 둔화하는 자체가 등급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이에 따른 정책 대응이 등급 하락의 이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매코맥은 "다시 말하면 기업 부채가 더욱 커지고 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는 것과 같은 신용의 급격한 팽창이 등급 판정 사안이 된다"고 강조했다.



관세 폭탄을 맞을 수 있는 국가들을 살펴보면 신용등급 하락을 예고하는 뚜렷한 조짐은 엿보이지 않는다. 피치는 멕시코에 대해서도 관세 폭탄보다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향방, 신정부가 에너지 개혁을 후퇴시킬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둔다는 입장이다.

한편 마켓워치에 따르면 피치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무역전쟁이 미국 기업들의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을 3%로 위축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6%였다.

피치는 내년에 가면 설비투자 증가율이 0.8% 감소로 돌아설 수 있다고 말하고 이는 경기 사이클의 하강을 가리키는 변곡점이 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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