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 "홈런왕 경쟁 밀렸지만…중요할 때 한 방 쳐야죠"
종아리 부상으로 29경기 결장…6월 타율 0.383으로 5위 싸움 이끌어
"팀 어려운 시기, 우리가 할 건 야구뿐이라는 생각으로 경기"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최근 박병호(32·넥센 히어로즈)의 얼굴에 미소가 돌아왔다. 시즌 초 갑작스러운 종아리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던 그는 복귀 후 한풀이라도 하듯 맹타를 휘두르며 팀 공격을 이끌고 있다.
박병호의 6월 성적은 타율 0.383(94타수 36안타), 8홈런, 28타점이다. 팀이 기대하는 4번 타자 역할을 해주면서 '부상 병동' 넥센을 5위까지 끌어 올렸다.
3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릴 SK 와이번스와 3연전을 앞두고 만난 박병호는 "저번 달에는 그래도 한국 복귀해서 (가장) 좋았던 달이었던 것 같다"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 연속 KBO리그 홈런왕을 차지한 박병호는 팀에 이적료를 안겨주고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에 입단했다.
미국 이적 첫해인 2016년 초반에는 시원한 홈런포를 연거푸 가동했지만, 이후 부상에 발목이 잡혀 넥센 복귀를 결정했다.
박병호가 KBO리그를 떠난 뒤 2016년과 2017년 최정(SK 와이번스)이 리그 홈런 선두에 올랐다.
복귀 결정 이후 많은 이들이 박병호와 최정의 신·구 홈런 경쟁을 기대했지만, 박병호는 종아리를 다쳐 29경기에 결장하면서 홈런 경쟁에서 한 발 밀렸다.
1일까지 리그 홈런 선두는 김재환(두산 베어스)으로 26개의 아치를 그렸다. 최정과 제이미 로맥(SK)이 25개로 그 뒤를 쫓고, 박병호는 17개를 기록 중이다.
타석당 홈런을 따지면 최정과 박병호가 0.10으로 김재환(0.09)에 미세하게 앞서 있지만, 홈런왕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건 꾸준한 경기 출장이다.
박병호는 "홈런 목표를 잡은 것도 없지만, 이미 경쟁하기에는 너무 밀렸다"면서 "다만 중요할 때 한 방을 쳐서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싶다는 마음뿐"이라고 속내를 밝혔다.
많은 선수는 홈런이나 타율 등 개인 목표를 따로 세우지 않는다. 박병호 역시 마찬가지다. 대신 가장 욕심내는 기록은 전 경기(144경기) 출장이다.
박병호는 "부상으로 전 경기 출장 목표가 무산됐지만, 남은 경기에서는 안 아팠으면 좋겠다"면서 "다신 안 아파야 매일 나가서 팀에 도움되고, 지금보다 더 높은 순위로 올라갈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그가 한국에 복귀하며 기준으로 삼은 시즌은 있다. 타율 0.343, 53홈런, 146타점으로 리그를 폭격했던 2015년이다.
스스로 2015년 성적을 다시 내야 팬들의 사랑을 받을 것으로 생각했다는 박병호는 종아리를 다치면서 계획이 틀어졌다면서 "지금 제일 필요한 건 팀의 승리"라고 말했다.
◇ 바람 잘 날 없는 넥센…박병호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야구뿐" = 올해 넥센은 박병호의 복귀와 에스밀 로저스의 영입으로 내심 우승까지 바라봤다.
그러나 2018년 그들은 엎친 데 덮치고, 거기에 또 악재가 줄지어 터진다.
팀 핵심 선수는 줄지어 부상으로 쓰러지고, 선수단 내부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져 주전 포수와 마무리 투수가 전열에서 이탈했다.
선수가 야구에만 전념하도록 도와줘야 할 구단은 지분분쟁과 트레이드 파문 등으로 바람 잘 날 없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박병호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그는 "이제 나이도 있다 보니 아무래도 신경이 쓰인다"고 토로했다.
특히 구단의 존폐마저 흔들릴 수 있는 지분분쟁 앞에서 선수들은 아무것도 할 게 없다는 무기력감마저 느낀다.
박병호는 "사건에 무관심하거나 잊는 건 아니다"라고 전제하고는 "그러나 우리가 손쓸 수 있는 부분은 없다. 할 수 있는 건 야구뿐이라는 생각으로 경기장에 나선다"고 말했다.
야구는 이기적이면서 이타적인 종목이다. 선수 한 명 한 명이 개인 성적을 올리는 데 전념하면서, 필요할 때는 팀플레이를 해야 승리할 수 있다.
이러한 생각에 동의한 박병호는 "자기가 잘하는 데 집중하면서, 서로 힘을 합쳐야 할 때는 해야 한다. 그게 팀워크"라고 말했다.
◇ "미국 생활 미련 없어…지금 동료와 땀 흘리는 게 행복해" = 마음먹은 대로 안 풀리는 게 인생이다. 2011년 넥센 이적 후 꽃길만 걸었던 박병호는 미국 진출 후 굴곡진 야구도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그래도 그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따뜻하게 반겨준 동료들이 있고, 언제나 응원가를 목놓아 부르는 팬이 야구장에서 기다리기 때문이다.
박병호는 "미국 생활이 괜찮았지만, 큰 결심으로 한국에 돌아온 거라 미련은 없다"면서 "지금 동료들과 함께 야구 하면서 땀 흘리는 게 즐겁고 행복하다"며 웃었다.
박병호는 KBO리그 복귀 첫해 올스타 1루수라는 큰 선물을 받았다.
그는 팬 투표에서 김태균(한화 이글스)에게 밀렸지만, 선수단 투표에서 뒤집기에 성공해 나눔 올스타팀 선발 1루수 미트를 낀다.
넥센에서 뽑힌 유일한 올스타라 책임감과 자부심은 더 크다.
박병호는 "선수 추천으로 돼 영광으로 생각한다"면서 "한국 복귀하고 올스타에 뽑혀 더욱 기쁘다. 좋은 경기 위해 잘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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