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 유통가 신풍속 "퇴근 후 운동·공부하러 갑니다"(종합)

입력 2018-07-02 15:28
수정 2018-07-02 15:37
[근로시간 단축] 유통가 신풍속 "퇴근 후 운동·공부하러 갑니다"(종합)

백화점 개점 30분 늦추고 근로시간 조정…줄어든 수당에 불만 목소리도



(서울=연합뉴스) 박성진 이유미 김은경 기자 = 이달부터 300인 이상 기업에서 주 52시간 근무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유통업계에도 큰 변화가 찾아왔다.

신세계백화점은 2일부터 본점, 강남점을 제외한 전 점포의 개점시간을 오전 10시 30분에서 11시로 30분 늦췄다.

신세계백화점 직원 박지은(37·여) 씨는 "매일 아침 딸 등교 준비로 전쟁을 치렀는데 아침 출근 시간이 30분 늦춰지면서 과거에 생각도 못 한 아침밥을 챙겨 먹을 수 있게 됐고 등교 준비도 한결 여유로워졌다"고 말했다.

신세계 직원 중에는 여유로운 아침 시간을 활용해 운동이나 학업 등 자기 계발을 하는 사람이 늘었다.

이재혁(37) 과장은 "백화점 주변 피트니스센터나 수영장을 등록해 나가거나, 야간대학원을 알아보는 동료들도 보인다"고 말했다.

백화점 협력사 사원들도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신세계백화점에서 근무하는 협력사원 가운데 90%가 여성으로, 이 중 절반가량은 '엄마' 사원이다.

의류 매장에서 근무하는 정선희(34·여) 씨는 "기존 근무시간이 길다 보니 내 몸을 돌볼 여유가 없었는데 최근 백화점 문화센터 요가 강좌를 등록하고 운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화장품 매장에서 일하는 이진주(26·여) 씨는 "출근 시간 변경이 아직 확정은 안 됐지만, 백화점 오픈 시간이 늦춰지니 우리 회사도 이에 맞춰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 출근 시간에는 지하철이 많이 붐볐는데 앞으로는 좀 더 여유로운 출근길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백화점 개점시간 변경이 다소 불편하지만 감내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30대 여성 고객 김 모 씨는 "육아를 하고 있어서 수유실이 구비된 백화점을 자주 찾는다"며 "매일 10시 반에 맞춰서 백화점에 나왔었는데 만약 백화점에 근무하는 직원이 우리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좋은 변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도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맞춰 전날부터 백화점과 아웃렛 점포 직원의 퇴근 시간이 1시간 앞당겨지면서 직원의 만족도가 커졌다.

현대백화점 천호점에서 근무하는 이제왕(36) 과장은 전날 오전 10시에 출근해 평소 퇴근 시간(오후 8시)보다 1시간 이른 오후 7시에 회사를 나왔다.

이 과장은 "퇴근 시간이 앞당겨지면서 저녁 시간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며 "학원이나 운동 등 자기 계발과 문화생활 등을 알아보고 있는 직장 동료들도 많이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퇴근시각 이후 점포 폐점시각까지 한 시간 동안은 팀장을 포함해 당직 직원 10여 명이 교대로 근무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지난 4월부터 일부 점포 직원을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퇴근시각을 30분 앞당겨 운영한 결과, 직원들의 만족도는 높아졌지만, 점포 운영에는 지장이 없었다"며 "퇴근 시간 1시간 단축도 무난하게 정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화장품 업체 가운데 네이처리퍼블릭은 이달부터 근무시간을 조정해 교대 근무와 탄력 근로제 등을 운영하고 있다.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는 "오픈 시간 때는 손님이 적으니 그 시간 인력을 손님이 많은 피크타임 때로 배치하는 등 조율해 근무시간을 변경했다"며 "부족한 인원은 대체 인력을 충원해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당수 화장품 업체는 주 52시간 근무에 대비해 일찌감치 근로시간을 조정해왔다.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는 올해 초부터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조정했다.

박미주 미샤 명동 1호점 점장은 "현재 휴게 시간 1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8시간, 5일 근무를 하고 있다"며 "저의 경우 아이가 있어 토요일과 일요일을 쉬는데 주 2일을 정기적으로 쉴 수 있게 돼 여러 계획을 세우기가 편리해졌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편집숍인 아리따움은 2014년부터 주 45시간 근무를 하고 있다.

본사의 경우 주 40시간을 근무하지만, 직접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점포들은 매일 1시간씩 주 5시간의 초과 근무를 하고 이에 대한 수당을 받는다.

유재미 아리따움 명동 플래그십스토어 매니저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상점 문을 열어야 하니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출근하는 인원과 낮 12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출근하는 인원으로 나눠 근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줄어든 수당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일반 서비스직이다 보니 기본급이 높지 않은 곳이 많아 추가 근무로 인한 수당이 제한되는 데 아쉬워하는 직원들이 있다"고 말했다.

gatsb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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