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200㎜ 장맛비에 보성 농촌마을·읍내시가지 온통 물난리
전남 보성, 제방 무너지고 다리 끊기고 지하 주차장 침수
주민·공무원 "아직 복구 한창인데 7호 태풍 '쁘라삐룬'이 더 걱정"
(보성=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저기 사람들 서 있는 자리가 원래 제방이 연결된 자리에요"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이틀 동안 쏟아져 내린 장맛비에 1일 전남 보성군 회천면 모원제 제방 50m가량이 무너졌다.
농경지를 살피러 나온 주민은 피해 조사에 나선 군청 공무원들이 서 있는 자리가 제방이 무너진 지점이라고 가리켰다.
제방이 끊어진 곳에서는 거센 물줄기를 이룬 빗물이 인근 하천을 향해 급류처럼 흘러내렸다.
물줄기 주변 밭에 심어놓은 옥수수는 빗물이 흐르는 방향으로 쓰러졌다.
빗물 줄기가 합류한 하천에는 토사와 나뭇가지, 뿌리째 뽑힌 잡초더미가 그득했다.
이날 모원제 제방 붕괴로 주변 농경지 3㏊가 온통 자갈로 드덮인 폐허가 됐다.
비가 잠시 그치면서 군청이 투입한 굴착기가 부지런히 제방 주변 정비와 하천 준설에 나섰다.
모원제에서 약 1.6㎞ 떨어진 봉서동 마을 어귀에서는 하천을 가로지르는 콘크리트 다리가 불어난 빗물에 끊겼다.
이 마을 이장 정태준 씨는 "피해를 점검하려고 마을을 둘러보는데 무서워서 돌아다닐 수도 없었다"며 "다리가 무너지면서 상수도관이 깨져서 앞마을은 물도 안 나온다"고 말했다.
이틀간 최대 200㎜ 폭우가 내린 보성군은 농촌마을 뿐만 아니라 시가지도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보성읍 한 아파트의 지하주차장은 강물처럼 흘러들어온 빗물에 차량 수십 대가 물에 잠겼다.
이 아파트에 사는 한 40대 주민은 "도로에 고인 빗물이 한꺼번에 지하 주차장으로 밀려들면서 자동차 지붕 높이까지 들어찼다"며 "자동차가 무사하기를 포기하고 물이 빠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푸념했다.
보성군은 이 아파트 지하 2천831㎡가 물에 잠기고 자동차 20여대가 침수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보성읍을 가로지르는 동윤천이 범람하면서 인근 주차장에서도 자동차 30여대가 침수 피해를 봤다.
군청 관계자는 "아직 복구 작업이 한창인데 비구름을 몰고 올라오는 제7호 태풍 '쁘라삐룬'이 더 걱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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