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 사진작가 비비안 마이어 저작권 수익 상속인 10명 등장
계보 전문가들이 3년간 유럽 돌며 가계도 확인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사후에 비로소 빛을 본 수수께끼 같은 '20세기 거리의 사진사' 비비안 마이어(1926~2009)의 저작권을 둘러싼 분쟁이 '마이어 뿌리 찾기'로 이어졌다.
27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최근 미국 일리노이 주 쿡 카운티 유언검인 법원에 최소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마이어 저작권 수익 일부를 상속받을 가능성이 있는 혈족 10명 이름이 포함된 청원서가 접수됐다.
총 300페이지 분량의 이 청원서는 시카고 로펌에 고용된 계보 전문가들이 유럽에 뿌리를 둔 마이어의 혈족을 찾아 정리한 것이며, 잠재적 저작권 수익 상속자 10명은 2009년 마이어 사망 시점에 생존해있던 친인척 또는 당시 생존자들의 후손이다.
유모를 생업으로 삼고 사진을 찍으면서 평생 외롭게 살다가 한 푼의 재산도, 유족도, 유언도 없이 세상을 떠난 마이어에게 생존 친인척이 나타난 셈이다.
이번 발굴은 마이어의 미인화된 사진 대부분을 소유한 시카고 주민 존 말루프(36)의 권리에 이의를 제기하고 소송을 통해 제한을 가한 버지니아 주 상업 사진작가 출신 변호사 데이비드 딜의 의뢰로 이뤄졌다.
계보 전문가들은 지난 3년간 마이어의 외가가 있던 프랑스와 친가가 뿌리를 둔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헝가리 등을 돌면서 교회 주소록, 혼인 증명서 발급 내역, 인구조사 정보, 출생·사망 신고 기록 등을 뒤져 모계에서 2명 부계에서 8명을 찾아냈다.
딜은 유언검인법원에 "10명 모두를 저작권 수익 상속자로 인정해달라"고 요청했으며, 이에 대한 심리는 다음달 17일 열릴 예정이다.
뉴욕에서 태어난 마이어는 프랑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뉴욕으로 돌아갔다가 20대 후반인 1950년대에 시카고로 본거지를 옮겨 2009년 83세로 숨질 때까지 살았다.
그는 50년 이상 미국 내외 도시를 다니며 일상 속의 사람들과 거리 풍경, 부자와 걸인의 희노애락 등 시대의 풍미가 담긴 사진을 찍었으나, 15만여 장에 달하는 작품은 생전 공개된 일이 없다.
마이어의 필름과 사진들은 상자에 담겨 유료 창고에 보관되다 2007년 창고 임대료가 밀려 경매에 부쳐졌고, 말루프는 누가 찍은지도 모르는 방대한 분량의 필름이 담긴 상자를 400달러(약 45만 원)에 사들였다.
작품을 확인하고 매료된 말루프는 원주인을 찾아나서 소재지를 파악했지만, 마이어가 저소득층 임대 아파트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한 지 수일 후였다.
말루프는 2009년 사진 일부를 온라인 사진 공유사이트에 올려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전시회 요청이 쇄도하면서 작품 가치는 급등했다. 그는 마이어의 생애를 담은 영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를 제작, 2015 아카데미상 최우수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작에 선정되기도 했다.
말루프는 마이어와 가장 가까운 친척인 프랑스인 실뱅 조소에게 5천 달러를 주고 저작권 이양 동의를 받았다고 주장했으나, 딜은 말루프가 유언검인 절차를 밟지 않은 사실을 지적하고 소송에 나섰다.
법원으로부터 저작권 중재 책임을 부여받은 쿡 카운티는 2016년 5월, 말루프가 마이어 작품 인화 및 전시 등에 관한 권리를 유지하되 수익 일부를 상속재산으로 넘기는데 합의했다.
일리노이 주 쿡 카운티 유언검인 법원 관계자는 "미국에 마이어의 오빠가 살았으나 1977년 뉴저지 주 정신병원에서 사망했고, 오빠 역시 자녀는 없다"고 밝혔다.
법원이 정당한 상속인을 결정하지 못할 경우 마이어의 상속재산은 일리노이 주법에 따라 국고로 환수된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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