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남북 철도·도로협력, 관건은 신속한 비핵화 조치다

입력 2018-06-26 22:11
[연합시론] 남북 철도·도로협력, 관건은 신속한 비핵화 조치다

(서울=연합뉴스) 남북이 동해선·경의선 철도연결 및 현대화를 위한 공동연구조사단을 구성하고 경의선 북측 구간에 대한 현지 공동조사를 내달 말부터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판문점에서 열린 철도협력 분과회의에서 구체적 방안까진 정해지진 않았지만 의미가 작지 않다. 남북 간의 철도·도로에 대한 논의로 한정하면 2008년 이후 10년여 만의 협의가 이뤄졌다. 앞으로 비핵화 논의와 남북관계 개선에 따라 남북 간의 경제협력 문제가 본격적인 시동을 걸게 됐다.

철도·도로 연결 사업은 문재인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한반도 신경제구상'의 기본 토대다. 서해안과 동해안, 비무장지대(DMZ) 지역을 H자 형태로 동시 개발하는 남북 통합개발 전략인 한반도 신경제구상은 남북 간 교통망 연결이 전제되어야 한다. 남북 철도(TKR) 연결은 남북 간 연결에 그치지 않고 장차 시베리아횡단철도(TSR)나 중국횡단철도(TCR), 몽골횡단철도(TMR) 등의 노선을 통해 한반도에서 유럽을 연결할 수 있는 사업이다. 그 첫 발걸음을 떼기 위한 작지만 귀중한 합의가 이뤄졌다.

남북 간에는 28일 도로협력 분과회의가, 내달 4일에는 산림협력 분과회의가 각각 이어진다. 4월 말 남북정상회담 이후 군사적 긴장완화 방안(장성급 군사회담)·체육 교류(체육회담)·인도적 사안(적십자회담)에 대한 논의가 착수된 데 이어 경제협력 문제까지 논의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유엔의 대북제재 해제 없이 남북 간에 실질적 경제협력이 진행되기는 어렵지만 비핵화 진전에 따른 신속한 경협 사업 착수를 위해서라도 가능한 한 여러 협력 방안을 두루 모색해야 한다. 이는 비핵화에 따른 한반도 평화와 공동 번영의 속도를 높이는 일이기도 하다. 남북 경협이 우리 경제에 새로운 동력의 발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비핵화와 관련된 신속한 실질적 조치는 이 때문에 더욱 절실하다. 북한의 주요 비핵화 조치 없이는 유엔의 대북제재가 해제될 수 없고, 남북 간 경협도 속도를 낼 수 없다. 싱가포르에서 6·12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지 2주일이 지났지만 구체적인 비핵화 후속 움직임이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뜻밖이다. 북미는 정상회담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북한 고위급 인사 간의 후속 협상을 '가능한 한 가장 이른 시일' 내에 가지기로 합의했지만 아직 열리지 않고 있다. 한미 양국은 내부 논란에도 8월로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의 일시 중단에 이어 향후 3개월 이내 두 차례 하려던 한미 해병대연합훈련(KMEP)의 무기 연기를 발표했다. 이제 북한도 조속히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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