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마다 노이로제"…왜 선거유세 소음 규제는 없을까

입력 2018-06-06 07:00
"선거철마다 노이로제"…왜 선거유세 소음 규제는 없을까

국민청원 쏟아져…"관련 규제 법 제정돼야"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온종일 같은 장소에서 대형 스피커를 통해 선거유세 방송이 나와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입니다. 왜 선거유세 소음 규제는 없나요?"

유권자들은 선거철마다 반복적으로 선거유세 소음 피해를 호소하는데 왜 관련 규제는 존재하지 않는지 궁금해한다.



실제 지난 5일 기준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유세 소음과 관련된 청원만 240여 건이 올라와 있다.

대부분 "선거유세 시 소음에 관한 법률 제정을 청원한다", "확성기를 동원한 선거유세를 없애야 한다" 등 소음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글이다.

6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후 4일 만에 총 392건의 소음 관련 피해가 접수됐다.

선관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 선관위 관계자는 "사무실로 걸려오는 전화 중 80%가 선거유세 소음과 관련된 전화"라며 "민원 전화 때문에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말했다.

선거법상 공개장소에서의 연설과 대담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녹음기와 녹화기를 사용할 경우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휴대용 확성장치만을 사용하는 경우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선거유세 소음을 제재할 관련 규정이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확성기 소음 민원과 관련한 설명자료를 통해 "후보자의 선거운동을 보장하면서 유권자의 평온한 일상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확성장치의 규격(kw)을 제한하는 방안은 음량이 앰프와 스피커 성능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소음 기준(db)으로 제한하는 방안은 소음 측정 방법에 따라 측정 결과가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집회와 달리 선거유세는 사전 신고 없이 여러 장소를 이동하여 실시하므로 제재 규정이 있다 하더라도 제한된 인력으로 현장을 단속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중앙선관위는 민원을 줄이기 위해 2011년 4월 녹음기와 녹화기를 이용해 음악방송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개정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관련 법은 논의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2016년 11월에는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이 유세 소음 관련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당시 고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살펴보면 유세 차량에 부착된 확정나발의 최고 출력에 대한 조문을 추가해 실질적으로 선거 소음에 대한 규제를 확실히 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법률안은 제대로 된 논의 한번 없이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법률안을 공동발의한 한 의원실 관계자는 "행안위 소위에 넘겨진 이후 한 번도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민 대부분이 공감하는 법률안이지만 의원들도 선거를 통해 당선되기 때문에 선거운동을 규제하는 관련 법 처리는 관심 없어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꼬집었다.

선거운동을 규제하는 방식보다 후보자 스스로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유권자 이모(32) 씨는 "소음 규제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후보들 스스로 이름만 알리면 된다는 방식의 선거운동을 그만두고 진정으로 유권자들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handbroth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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