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美대선개입설에 콧방귀…EU에도 "통합·번영하길 희망"
"내 요리사 개입혐의 기소? 서방 그리 취약했나" 비아냥
서방은 극도로 경계…英의원 "푸틴, KGB 전략으로 현대전"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러시아 인사들을 기소한 미국 당국의 수사 행태를 대놓고 비웃었다.
오스트리아를 방문 중인 푸틴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현지 공영방송인 ORF와 인터뷰에서 미국 로버트 뮬러 특검이 대선 개입 혐의로 러시아 인사들을 기소한 것은 '한심한 일'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뮬러 특검은 이른바 '푸틴의 요리사'로 불리는 예브게니 프리고친을 포함한 13명의 러시아인이 2014년부터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IRA)를 차리고 대선 당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지원하고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비방하는 인터넷 공작을 한 혐의로 지난 2월 기소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프리고친은 러시아 고위관리를 포함한 푸틴과 10년여간 친분을 맺고 있어 러시아 언론들이 '푸틴의 요리사'라고 지칭한다. 프리고친은 IRA의 자금줄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은 "만약 식당 주인이 미국이나 유럽의 한 나라의 선거에 영향을 끼친다면, 도대체 서방의 정보나 정치적 환경이 얼마나 낙후된 것이냐"고 코웃음을 쳤다.
푸틴은 러시아 정부가 프리고친과 관련이 없다고 ORF에 말하며 소로스를 거론했다. 국제 금융계의 거물 투자자인 헝가리계 미국인 조지 소로스가 각국의 일들에 간섭한 점을 예로 들면서 "미국인 친구들은 종종 미국은 전혀 그것과 관련이 없다고 말한다"고 했다.
그는 "미국 국무부에 (소로스가) 왜 그걸 했느냐고 물어보라. 국무부는 아마도 자기들은 아무런 관련이 없고 소로스 개인적인 일이라고 할 것"이라면서 "마찬가지로 프리고친의 개인적인 일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푸틴은 러시아가 유럽연합(EU)을 분열시키려 한다는 의혹에 대해 "EU는 가장 중요한 경제, 통상 파트너다. 우리는 EU가 통합되고 번영하기를 바란다"며 EU의 어떠한 것이나, 누구도 갈라놓을 생각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AFP통신이 보도했다.
그러나 영국 보수당의 밥 실리 의원은 푸틴 정권이 냉전 시대 정보기관인 KGB의 전략을 응용해 서방 국가를 대상으로 은밀하고도 현대적인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경고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외교위원회 소속으로 군 출신인 실리 의원은 4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가짜뉴스 전파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합병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예시했다. 푸틴은 KGB 간부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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