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 탄 화물선·중고차 1천400대 운명은…항구 밖으로 내보낼듯

입력 2018-05-24 11:02
수정 2018-05-24 14:06
불에 탄 화물선·중고차 1천400대 운명은…항구 밖으로 내보낼듯



환경오염 등 고려해 배에 실은 채로 인천항 밖으로 예인



(인천=연합뉴스) 신민재 기자 = 인천항에 정박중이던 화물선에서 발생한 화재가 나흘 만에 진화되면서 사고 수습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4일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1일 9시 39분께 인천 내항 1부두에서 발생한 파나마 국적 화물선(5만2천224t급) 화재는 이날 오전 5시 5분께 완전 진화됐다.

1988년 건조된 이 화물선은 미국에서 출발해 이달 19일 인천항에 입항했으며 22일 오후 10시께 리비아로 출항할 예정이었다.

소방당국은 선체에 창문이 거의 없고 선미에 차량 출입구 정도만 있는 폐쇄적인 자동차운반선의 구조 탓에 진화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선체 측면에 가로·세로 1m짜리 구멍 18개를 뚫어 열과 유독가스를 밖으로 빼내는 등 악전고투 끝에 가까스로 불길을 잡았다.



이번 화재로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선체가 심하게 불에 탄 것은 물론 배에 실려 있던 중고차 2천400여대 중 1천400여대도 전소됐다.

불길이 번지지 않은 선박 저층에 실려 있던 1천대가량의 차량도 진화 목적으로 고층에 뿌린 많은 양의 물이 아래층으로 흘러내려 상당수가 침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선박과 배 안에 실린 불탄 중고차들은 최소 1∼2개월 현장에 머물게 된다.



인천항을 총괄하는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해경의 화재원인 조사와 보험 처리, 선주업체의 선박 처리 방침이 결정되면 인천항 갑문을 통해 내항 밖으로 예인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불탄 화물선이 30년 된 낡은 배이고 선체 피해가 워낙 커 폐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불에 타면서 각종 오염물질로 범벅이 된 중고차들도 환경오염 문제를 고려해 인천 내항에서 배 밖으로 꺼내지 않고 화물선에 실린 채 제3의 장소로 이동하게 된다.

인천해수청 관계자는 "선주 측에서 폐선이나 수리 등 화재선박의 처리 방향을 정하면 전소된 1천400여대의 차량을 적재한 상태로 내항 밖으로 예인해 수리·해체 장소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항은 국내 전체 중고차 수출 물량의 80% 이상을 외국으로 보내는 수출기지다.

2016년 기준으로 총 19만7천대의 중고차를 수출해 국내 전체 수출 물량의 86.2%를 차지했다.



s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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