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문재인 정부 집권 2년 차 신발끈 다시 동여매야

입력 2018-05-09 14:51
[연합시론] 문재인 정부 집권 2년 차 신발끈 다시 동여매야



(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국정지지율은 80%를 웃돌고 있다. 임기 1년이 지난 시점 지지율 역대 2위인 김대중 전 대통령 때 60%와 비교해도 압도적이다. 시기적으로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이념, 지역, 계층, 연령을 초월한 국민적 지지 때문이다. 하지만 높은 지지율에 취할 때가 아니다. 한반도 평화구조 정착 과제를 완결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자리를 늘리고 소득 격차를 해소하며 경제성장의 기반을 다지는 각오와 다짐을 다시 해야 할 때다.



지난 1년 통일외교안보 분야 성과는 두드러진다. 전쟁위기설까지 치달았던 한반도 정세를 남북, 북미 연쇄 정상회담 판으로 바꾼 것은 극적이다. 북한의 전략적 도발에 맞서 한미동맹에 바탕을 둔 대북 압박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대화의 끈을 놓지 않은 문 대통령의 뚝심이 견인차였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평화 로드맵에 대한 최종성적표를 받아들겠지만, 11년 만의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에 새 평화시대 개막을 선언한 것은 역사적 이정표이다. 보수층의 지지까지 끌어낸 '한반도의 봄'을 분단구조에서 비롯된 해묵은 이념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 통합으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현 정부는 불통과 권위로 상징됐던 전 정부의 구습과 결별하고,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명제를 실천하는 변화와 개혁을 이끌었다. 국민 속으로 들어가는 파격적 소통 행보와 정의와 공정을 명분으로 내건 적폐청산으로 집약됐다. 국정농단 사건 조사로 권력 사유화의 민낯을 드러내 지도자의 공적 책임에 경각심을 환기했다. 이는 사회의식의 변화로 연결돼 갑질 문화 척결과 '미투(Me Too. 나도 피해자다) 운동'을 확산시켰다.

문제는 정치와 경제다. 개혁의 제도화가 미진했다. 여소야대 의회 구조에서 협치 부족 탓이었다. '지방선거 동시 개헌' 공약이 무산됐고 검찰 개혁 핵심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도 국회의 벽에 가로막혀 있다. 야당의 발목잡기도 책임에서 비켜갈 수 없지만, 권력을 가진 청와대의 더욱 세심한 정치력으로 의회 정치를 복원하는 것이 집권 2년 차 과제이다. 인사 부실 검증으로 6명의 고위공직 후보가 낙마한 사태는 개혁 주체일수록 더 강한 도덕성이 요구된다는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경제성장률이 3년 만에 3% 궤도로 복귀했고, 국민소득 3만 불 시대에 진입하는 등 거시지표에서 선방하고 있지만, 고용 성적표가 좋지 않은 점은 '일자리 대통령'을 자임한 정부로선 매우 뼈아프다. 소득주도 성장전략이 성과를 보지 못한 탓이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새 경제 패러다임에 입각한 정책이 안착하도록 고삐를 죄면서도 실효성 있는 대책이 보완돼야 한다.

문 대통령에겐 앞으로 4년 임기가 남아 있지만, 냉정히 말해서 올해와 내년이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간이다. 내후년 4월 총선이 임박하면 정치 바람이 불 테고 선거 결과에 따라 정국이 어떻게 요동칠지 알 수 없다. 선거 논리에 휘말리지 않고 국정 구상을 소신대로 운영할 수 있는 내년까지 국정 시간표를 잘 짜야 한다. 초심으로 돌아가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겠다"는 취임사를 실천하는 데 다시 박차를 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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