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핵협정 탈퇴…정부 "이란원유수입·결제 대미협의 준비"

입력 2018-05-09 11:47
美 이란핵협정 탈퇴…정부 "이란원유수입·결제 대미협의 준비"

국제유가 강세도 경제에 부담…배럴당 75∼80달러로 상승 전망

(세종·서울=연합뉴스) 최윤정 이 율 기자 = 미국이 이란핵협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를 선언하고, 이란 경제제재 재개 절차를 개시함에 따라 우리 정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의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가 제재유예 이전으로 돌아간다면, 정부는 미국 재무부와 협의를 통해 이란산 원유수입과 이에 따른 결제에 관한 예외인정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금융기관들이 국제금융시장에서 아예 퇴출당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 또는 제삼자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미국 재무부와 이란산 원유수입과 결제에 관한 협의를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이란발 공급 차질과 중동 정정불안 우려에 국제유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미국이 금리인상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유가까지 급등하면 한국 경제로서는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어서다.

◇ 미 이란 경제제재 재개 수순…정부 "미와 협상 준비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이란핵협정 탈퇴를 선언하고 대이란 제재 유예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미 행정부에 이란 경제제재 재개 절차를 즉각 개시할 것을 지시했다. 새로운 제재안은 이란의 주요 산업인 원유 등 에너지, 석유화학, 금융부문에 집중될 전망이다.

미국은 이해관계자들이 이란에서의 사업 활동을 즉각 철수해야 하며, 사업의 종류에 따라 90∼180일 이내에 철수하지 못할 경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고 국제금융센터는 전했다.

미국이 대이란 제재 유예를 연장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우리나라의 이란산 원유수입과 이에 따른 원화 결제에 차질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현재 이란산 원유대금 결제와 수출기업들을 위해 이란중앙은행 명의의 계좌를 운영하는 기업은행[024110], 우리은행[000030]이 미국의 2차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어서다.



2차 제재는 이란중앙은행과 거래하는 외국 금융기관을 제재하는 것으로, 달러 거래는 물론 미국 금융시스템 자체를 이용하지 못하게 돼 국제금융시장에서 국내 금융기관이 퇴출되는 효과를 불러온다.

이에 따라 정부는 미국 재무부와 이란산 원유수입·결제와 관련, 예외를 인정해달라는 협의를 준비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란과 거래로 2차 제재 대상이 되면 국제금융시장에서 퇴출되는 결과가 초래되기 때문에 이란산 원유 수입과 그에 대한 결제와 관련, 미국 재무부와 제재 이전의 수준에 비춰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의 2차 제재가 재개되기까지는 6개월여가 소요될 전망이다. 2차 제재는 관련 당사국들과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앞서 한국은 일본, 인도, 중국, 터키 등과 함께 2012년 예외국 지위가 인정돼 제한적이나마 이란산 원유를 수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한국이 미 재무부에서 예외국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이란산 원유 수입(올해 1분기 일일 28만 배럴)은 물론 이란과 교역을 가능케 했던 원화결제계좌도 중단될 수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에서 지침이 내려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현재까지 별다른 지침이 없어 평상시처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이란중앙은행과 원화결제계좌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정부와 미국간 협상에 달렸다"면서 "이란과 거래하는 중소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는 만큼, 현재대로 잘 지원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 이란發 공급차질 우려로 국제유가 상승압력…배럴당 75∼80달러로↑

9일 국제유가는 차익매물이 나오면서 하락했지만 당분간 상승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날 WTI(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가격은 오전 6시(한국시간) 현재 70.04달러로 0.98% 하락했다. 한때 67달러 선으로 4% 이상 떨어졌다가 낙폭을 만회했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원자재팀장은 "시장에서는 전반적으로 WTI와 브렌트유가 적게는 배럴당 75∼80달러, 많게는 100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면서 "앞으로 중동 정세 불안 확산 여부와 미국의 경제제재가 얼마나 신속히 이뤄지는지에 따라 상승 폭이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씨티는 이번 조치로 공급 차질 규모가 25만∼35만 배럴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2012∼2015년 당시 이란 원유수출이 하루 100만 배럴 감소한 데 비해 훨씬 적을 것으로 봤다.

유럽이 이란 원유수출 선박을 대상으로 보험인수 거부 등 제재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이스라엘과 이란, 사우디와 이란 간 대결구도가 심화하고 시리아 사태까지 악화하면서 중동정세가 불안정해지면 '공포 프리미엄'이 더 붙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수요 호조,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연장 가능성, 베네수엘라 생산 감소 등도 유가 상승에 불을 지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4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가 수준이 생각보다 10% 높지만, 우리 경제 성장과 물가 전망을 큰 폭으로 수정해야 할 만큼 더 치고 오르지는 않으리라고 내다봤다. 한은은 4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조달 유가를 62달러로 전망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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