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20대 총선 경선 탈락후 80여일간 후원금 3억원 사용

입력 2018-04-11 18:52
김기식, 20대 총선 경선 탈락후 80여일간 후원금 3억원 사용

동료의원에 후원금 나눠주기·연구용역…보좌관 퇴직금도

2016년 사용액의 80% 이상이 경선 후 80일에 집중 '소진'

"국민 눈높이 안 맞아" vs "후원금 안 남기는 것이 관행"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고상민 기자 =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의 국회의원 시절 정치자금 사용 내역에 대한 야권의 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김 원장의 후원금 사용의 대부분이 20대 총선 공천탈락 후 임기를 마치기 전까지의 짧은 기간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김 원장은 이 기간 동료 의원들에게 후원금을 나눠주거나 보좌관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는 등 임기를 끝내기 전 남은 후원금을 '소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의정활동을 위해 맡긴 후원금을 몰아서 사용하는 것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규정상 문제가 없고 일반화된 관행이라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



11일 김 원장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보고한 19대 국회의원 시절 정치자금 수입·지출 보고서에 따르면 김 원장은 의원직 마지막 해였던 2016년 1월 1일부터 임기를 마치며 잔액을 중앙당에 이관한 6월 10일까지 총 3억6천849만원 가량의 정치자금을 사용했다.

이 가운데 김 원장이 1월 1일부터 서울 강북갑 지역 경선에서 탈락한 3월 22일까지의 사용액은 6천115만원, 경선에서 탈락한 뒤 6월 10일까지 80일 동안의 사용액은 3억734만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2016년 전체 사용액의 83.4%가량이 이 80일간에 집중된 셈이다.

구체적인 사용 내역을 살펴보면 경선탈락 직후인 3월 25일~29일 같은 당 이학영 의원에게 후원금 100만원을 준 것을 비롯해 동료의원과 총선 후보자 등 15명에게 1천800만원을 후원했다.

5월 20일에는 보좌직원 6명에게 퇴직금으로 200만~500만원을 각각 나눠주는 등 2천200만원을 지출했다.

정책연구용역도 늘었다.

4월 5일에는 경제개혁연구소에 '19대 국회 평가 및 20대 국회에 대한 제안' 연구용역 비용으로 1천만원을 지출했고, 4월 28일엔 잔금으로 1천만원을 줬다.

4월 21일부터 26일 사이에도 연구용역 비용으로 5곳에 각각 1천만원씩 5천만원을 지출했다.

5월 11일부터는 '의원실 데이터베이스(DB) 정리'를 명목으로 단기 인력을 고용해 인건비로 339만원을 지출했다.

5월 26일에는 국제구호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에 5천만원을 기부했다.



이를 두고 국회 안팎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우선 법이나 규정에 어긋난 것도 아닌 데다 대다수 퇴임 의원들이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하나의 관행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회 관계자는 "불법적이거나 부정한 사용은 없었던 것 아닌가. 의원으로서 판단에 따라 주어진 후원금을 배분한 것으로,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다"며 "잔액을 중앙당에 맡기더라도 결국 비슷하게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의정활동을 위해 후원한 돈을 일부러 소진하려는 듯 한꺼번에 사용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다른 관계자는 "임기를 마치기 전에 후원금을 몰아서 쓴다면 신중한 검토를 거치기 어렵고, 이른바 '몰아주기'식 사용이 벌어질 우려가 있다"며 "관행이라면 고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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