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전 번성했던 고려 사찰 '영국사' 유물을 만나다

입력 2018-04-05 19:17
수정 2018-04-05 19:50
천년 전 번성했던 고려 사찰 '영국사' 유물을 만나다

한성백제박물관 '영국사와 도봉서원' 특별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지난 2012년 조광조와 송시열을 배향한 서울 도봉구 도봉서원 터에서 고려시대 불교 문화재가 쏟아져 나왔다.

당시 출토된 유물은 절굿공이 모양을 한 불교 용구인 '금강저'를 비롯해 종을 닮은 '금강령', 다양한 형태의 향로, 대접, 숟가락 등 66건 77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국보급 혹은 보물급으로 평가됐다.

그런데 도봉서원 터에서는 지난해에 또다시 놀라운 유물이 출토됐다. 불교문화재연구소는 일부분의 탁본만 전해온 '영국사 혜거국사비'(寧國寺 慧炬國師碑) 조각을 공개했다. 10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비석에는 혜거국사라는 인물의 정체를 드러내는 글자가 남아 있었다.

도봉서원 터는 올해 또다시 화제를 모았다. 2012년 발굴조사 과정에서 발견된 석각(石刻·돌에 새긴 글자)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천자문 유물로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서울 송파구 한성백제박물관이 고려 건국 1천100주년을 맞아 열고 있는 특별전 '천년 만에 빛을 본 영국사와 도봉서원'은 지금까지 도봉서원 터 발굴조사에서 나온 유물 79점을 일반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자리다.

전시에서는 수준 높은 금속공예 기술로 제작한 불교 용구를 감상할 수 있다. 불법을 지키는 수호신인 제석천과 사천왕 등 11구의 존상이 표현된 금강령은 실물뿐만 아니라 가상현실(VR)로도 만나볼 수 있다.

한성백제박물관 관계자는 "청동 공양구 중 굽다리 그릇에서 '계림공의 시주'라는 명문이 확인됐다"며 "계림공은 고려 숙종(재위 1095∼1105)이 즉위 전에 받은 작위로 일부 유물이 1077∼1095년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고려시대 번성한 사찰 '영국사'가 전시의 중심축이라면, 다른 주제는 도봉서원이다. 도봉서원의 건립 과정과 구조를 설명하는 자료와 도봉서원 일대를 그린 겸재 정선의 '도봉추색도', 심사정의 '도봉서원도' 등이 전시됐다.

박물관 측은 "고려시대 영국사라는 불교 사찰이 어떻게 조선시대 유학자들의 성지로 변해갔고, 또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히게 됐는지를 조명하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전시는 6월 3일까지 이어진다. 전시 기간에 화요일마다 강연회가 열린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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