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사랑 휴가' 톡톡 튀는 유권자 희망 이색공약 봇물

입력 2018-04-03 06:55
'부모 사랑 휴가' 톡톡 튀는 유권자 희망 이색공약 봇물

고양이 급식소 확충·예쁜 마을 이름 되찾기·열린 주차장

동물보호·미세먼지 공포 대책 마련 목소리도 커

(전국종합=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이것 좀 공약에 반영해 주세요."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의 소박하지만, 눈에 띄는 이색공약 제안이 눈길을 끌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마련된 '아름다운 선거, 우리 동네 공약제안' 코너에는 전국 각지에서 지난 1월부터 최근까지 새 정치에 대한 희망을 담은 300여 건의 아이디어가 올라와 왔다.



제안 내용도 민원성부터 최저임금과 청년실업, 비정규직, 출산·보육, 대중교통, 주차 등 생활밀착형 정책, 국가 여성·노인복지 등 전문영역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서울 서대문구 권모 씨는 노령인구 증가에 따른 '부모 사랑 휴가'를 제안했다.

그는 "개인 휴가를 쓰면서 부모를 돌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녀 돌봄 휴가와 비슷하게 연간 이틀 정도 휴가가 필요하다"며 "휴가가 생기면 가족 간 화목을 도모할 수 있고 노인 우울증 예방, 소외감 해소 등 여러 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 도봉구 김모 씨는 "인간이 동물에게 해를 가해도 그 처벌 강도가 너무 낮거나 처벌을 거의 받지 않는다. 함께 사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면서 동물보호법 강화를 제안했다.

서울 서대문구 주모 씨는 길고양이 급식소 확충을 제안하기로 했다.

그는 제안 이유로 "일각에서는 길고양이에게 사료를 줌으로써 오히려 그들의 개체 수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배고픈 길고양이들이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거나 쓰레기봉투를 찢는 일이 줄어 이와 관련된 민원 역시 줄어든다. 환경 미화 효과 역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컸다.

비정규직으로 4년째 일하고 있다는 이모 씨는 "나름대로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지만 같은 일을 하면서도 자치구별, 부서별 다른 임금과 처우를 받고 있다"며 비정규직의 '나은 삶'을 호소했다.

울산 남구 김모 씨는 주차난 개선 방안으로 공공시설을 활용한 '열린 주차장'을 제안했고, 대구 동구 임모 씨는 '여성 안심 퇴근길 서비스' 확대를 주문했다.

경기 군포시 강모 씨가 제안한 '예쁜 우리 마을 이름 되찾기'도 눈길을 끌었다.

그는 "아름다운 우리말 동네 이름이 일본식 한자로 많이 바뀌고 잔해가 행정상으로도 사용돼 몹시 안타깝다"며 "예쁜 우리말 동네 이름을 되찾아 우리말과 우리 동네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살고 싶다"고 말했다.

대구 달서구 김모 씨는 "지역과 거래하는 업체를 매출액 등 규모별로 분류해 데이터베이스화해 희망 근로나 공공근로 등 일회성이 아닌 정규직에 가까운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자"고 제안했다.

인천 연수구 이모 씨는 학교폭력의 대안으로 더 많은 체육 시간 확대를 촉구했다.

그는 "학생들이 스트레스 풀 곳이 없다 보니 학교폭력이 더 늘어가고 있다"고 진단한 뒤 "학생들이 몸을 쓰며 자신에 대해 집중할 수 있는 체육 시간을 늘리자"고 제안했다.

최근 미세먼지 공포를 반영하듯 학교 내 공기정화장치·계측기 설치,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미세먼지 계측시스템 구축 등의 제안도 잇따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유권자 희망이 지방선거에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유권자들이 제안한 공약을 각 정당과 후보자에게 제공한다.

sollens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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