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금호타이어 노조, '해외매각 반대' 결과도 생각하기를

입력 2018-03-13 18:45
[연합시론] 금호타이어 노조, '해외매각 반대' 결과도 생각하기를

(서울=연합뉴스) 유동성 위기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금호타이어의 매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 정부와 채권단, 회사 측은 중국 타이어 업체인 더블스타로의 매각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공감대를 이뤘지만, 노조가 해외매각을 반대하고 있어서다. 노조는 14일 광주, 곡성, 평택공장에서 해외매각 반대 총파업을 한다고 한다. 조삼수 노조 대표지회장은 "해외매각을 철회하고 정부와 산업은행이 4개월분의 체불임금 해결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 달라"고 촉구했다. 김종호 금호타이어 회장은 12일 조 지회장 등 노조 간부 2명이 농성 중인 광주 공장 근처의 송전탑에 올라가 대화로 문제를 풀자고 설득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 노조가 총파업을 한다니 안타깝다.

정부와 채권단은 해외매각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산업혁신성장 실장은 13일 민주평화당 주관 국회 간담회에서 "인수할 기업이 있으면 국내 매각이 바람직하지만, 유동성 위기가 심각하고 마땅히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해외매각은 불가피하다는 데 공감한다"고 밝혔다. 문 실장의 발언은 금호타이어 문제에 대한 정부의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읽힌다.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지난 2일 더블스타로부터 6천463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받고 경영권을 넘기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공개했다. 계획대로 유상증자가 이뤄지면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지분 45%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올라서고, 산은을 포함한 채권단 지분은 42%에서 23.1%로 줄어든다. 양 측은 '3년 고용 유지'를 보장하고, 더블스타는 3년, 채권단은 5년 동안 지분을 팔지 못하도록 제한하기로 했다. 더블스타가 기술만 빼먹고 회사를 다시 매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다. 채권단은 시설자금 용도로 최대 2천억 원을 신규 대출하는 방안도 내놨다. 양 측은 정부 승인, 채권 연장, 상표권 사용 등 선행조건 충족 등을 전제로 올해 상반기 안에 협상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금호타이어의 김 회장도 최근 사내 게시판에 "건전한 해외자본이 회사를 인수해 미래 계속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면 현재 상황에서 해외자본 투자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노조가 우려하는 대목은 기술유출과 고용불안일 것이다. 기술유출 문제는 금호타이어 인수 후보로 더블스타가 처음 등장한 지난해부터 계속 논란거리였다. 국내 2위, 세계 14위의 금호타이어가 더블스타로 넘어가면 중국 업체들이 기술력을 공유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중국 정부의 자동차 산업 육성 정책에 편승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업체를 위협할 가능성도 있다. 노조가 더 걱정하는 것은 기술력을 키운 더블스타가 인수자금을 회수하고 대규모 인적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상황이다. 2004년 쌍용차를 인수한 중국 상하이차의 행태가 그랬다. 상하이차는 당시 생산설비 투자와 고용 유지를 약속했으나 인수 후 1년 반 만에 대규모 정리계획을 발표했고 4년간 거의 투자도 하지 않았다.

해외매각에 대한 노조의 우려를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무턱대고 시간만 끄는 것은 구조조정 비용만 늘릴 뿐이다. 채권단 실사 결과 금호타이어의 기업가치는 4천600억 원으로 청산가치(1조 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채권단 공동관리 체제로 가려면 1조5천억∼1조8천억 원의 유동성 지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국내에서 인수하겠다는 기업이 나서지 않는 게 당연하다. 그냥 두면 법정관리 외에 다른 길이 없다. 법정관리로 가면 법원에 고강도 회생 계획안을 제출하고 엄격한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총파업을 예고한 노조가 이런 현실을 냉철히 살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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