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폭탄' 반대한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사임(종합)

입력 2018-03-07 15:20
'관세폭탄' 반대한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사임(종합)

관세폭탄 계획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마찰…수주 안에 사임 확정될 듯

나바로 무역제조업정책국장·경제해설가 쿠드로 후임 거론

트럼프 "조만간 후임 결정"…'대통령 귀를 보호주의자들이 차지'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고 경제 자문인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사임 의사를 밝혔다고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콘 위원장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조국을 위해 봉사하고 역사적인 세제 개혁안 통과를 포함해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친 성장 경제정책을 제정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콘 위원장은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을 두고 마찰을 빚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도 "이런 기회를 주신 대통령에게 감사하며 대통령과 현 행정부가 미래에도 크게 성공하길 바란다"고 인사를 전했다.

콘 위원장의 사임은 수주일 내 확정될 전망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NYT에 보낸 성명에서 "게리는 나의 수석 경제 자문으로 미국의 경제 부흥과 역사적인 감세와 개혁 실행 등 우리의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훌륭한 일을 했다. 그는 재능있는 드문 인재이며 국민에 대한 그의 헌신적인 봉사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콘 위원장이 물러난 주요 원인으로는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을 놓고 벌어진 백악관 내부 갈등이 꼽힌다. 콘 위원장이 관세 부과에 강력히 반대하며 트럼프 대통령 및 이를 찬성하는 진영과 마찰을 빚었다는 점에서다.

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 출신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에 맞서 월가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 콘 위원장은 관세 폭탄이 경제 성장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며 막판까지 반대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하기 전날인 지난달 28일에는 만약 관세 조치를 고수한다면 사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복수의 백악관 관계자들은 콘 위원장이 꼭 이 한 가지 원인만으로 사임을 결정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콘 위원장을 잘 아는 주변인들은 관세 부과가 사임 결정에 촉매제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평소 자유무역을 옹호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국수주의적 정책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던 콘 위원장의 사임은 미국의 경제·금융 분야에 파급효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중간선거를 앞두고 더 호전적으로 국수주의적 정책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실제로 콘 위원장의 사임 소식에 이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선물이 1% 내리는 등 금융시장 전반이 출렁였다.

BNP파리바의 폴 모티머-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온건한 영향력을 미치던 콘 위원장이 떠남으로써 이제 대통령의 귀는 이제 더 큰 목소리를 가진 보호주의자들이 차지하게 됐다"면서 "(콘 위원장의 사임이) 이 관세 계획을 확고하게 진행한다는 신호일지 모른다는 점에 시장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콘 위원장이 떠난 자리를 메울 후보로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비공식 경제 참모로 불리는 보수 성향의 경제해설가 래리 쿠드로가 거론된다.

쿠드로의 경우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계획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는 점에서 지명 가능성이 작다는 견해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콘 위원장의 사임 소식이 전해진 후 트위터에 "새로운 수석 경제 자문 선임에 관한 결정을 조만간 내리겠다"며 "많은 사람이 이 일을 원하고 있으니 현명하게 선택하겠다"고 밝혔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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