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커 EU 집행위원장 "EU, 이탈리아 정부구성 불발 대비해야"
젠틸로니 총리 "정부 구성 확신"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이탈리아가 내달 4일 총선 이후 정부를 구성하지 못할 경우 닥칠 최악의 상황을 준비해야 한다고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경고했다.
융커 위원장은 22일 벨기에 브뤼셀의 싱크탱크인 유럽정책연구센터(CEPS)에서 열린 행사에서 이탈리아의 총선에서 과반 득표를 하는 진영이 나오지 않아 정부를 구성할 수 없게 되면 금융 시장에 심각한 충격이 예상된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독일 사회민주당(SPD)이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주도하는 대연정에 참여할지 여부를 결정짓는 당원 투표 역시 이탈리아 총선과 같은 날에 치러진다고 지적하며 "다음 주는 EU에 있어 매우 중요한 한 주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SPD 당원들의 투표 결과보다 이탈리아 총선 결과가 더 우려된다"며 "우리는 이탈리아에 정부 가동이 안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SPD의 투표, 이탈리아 총선, (유럽)이곳 저곳에 들어선 소수 정부 등 이 모든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3월 둘째 주에 금융 시장에서 강한 반응이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융커 위원장의 이런 발언 직후 이탈리아와 독일 국채 10년물 스프레드(금리차)는 134에서 138로 상승, 시장의 불안감을 반영했다.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융커 위원장의 이런 우려에 대해 "이탈리아에는 어떤 경우라도 정부가 들어서 가동될 것이다. 이를 융커 위원장에게 안심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젠틸로니 총리는 이날 저녁 융커 위원장과 회동할 예정이다.
집권 민주당 소속인 그는 "이탈리아 총선은 어둠 속에서 뛰어내리는 (불확실한)상황을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선거 결과를 무위로 돌리지 않기 위해 중도 좌파와 같은 좀 더 신뢰할 만한 세력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총선 전에 공표 가능한 마지막 여론조사인 지난 16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서는 현재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를 구심점으로 하는 우파연합이 지지율 합계 약 37%로 선두를 달리고 있어 최다 의석을 얻을 전망이다. 그러나, 우파연합은 정부 구성에 필요한 득표율 하한선으로 인식되는 40% 득표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총선 이후 정부 구성이 불가능한 일명 '헝 의회'가 출현해 정치적 불확실성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 경우,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FI)와 마테오 렌치 전 총리가 대표를 맡고 있는 중도좌파 민주당(PD)이 전격적으로 손잡고 독일식 대연정을 구성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단일 정당 가운데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이 이민정책, 대유럽 정책 등에서 비슷한 시각을 공유하고 있는 극우정당 동맹당 또는 노동 정책이나 환경 정책 등에서 접점이 있는 중도좌파 정당 자유와평등(LEU)과 정책 연대를 구성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예상도 존재한다.
만약, 이런 합종연횡이 실패로 끝나 정부 구성이 끝내 불발되면 여야를 막론한 정가에서 신뢰감이 높은 젠틸로니 총리가 임시로 총리를 맡아 전문 관료로 이뤄진 내각을 꾸려 국정 운영을 지속하고, 각 정당들은 그동안 선거법을 재정비해 총선을 다시 치르는 방안도 유력한 대안으로 회자되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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