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째 학위 품은 83세 전직 경찰…"방송대서 인생 의미 찾아"

입력 2018-02-22 16:08
4번째 학위 품은 83세 전직 경찰…"방송대서 인생 의미 찾아"

한국방송통신대 21일 화제 속 학위수여식…1만4천여명 졸업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젊은 시절 대학을 중도 포기하고 경찰관 생활을 하면서 한동안 배움의 열정을 잊고 살았습니다. 퇴직 후 한국방송통신대에서 인생의 의미를 되찾았습니다."

21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홀에서 열린 방송대 2017학년도 학위수여식에서 박병규(83·경제학과) 전 충남경찰서 수사과장(총경)은 올해 최고령으로 이 학교를 졸업한 소감을 밝히며 환하게 웃었다.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충남대 법학과를 중퇴하고 경찰공무원의 길을 걸었던 박 전 과장은 정년 퇴임한 뒤 못다 한 학업을 이으려고 방송대의 문을 두드렸다.

박 전 과장은 2002년 이 학교 중어중문학과에 입학한 이후 지금껏 모두 4개의 학위를 취득했다. 학위를 따면 다른 학과에 다시 입학해 공부하기를 반복해 중어중문학·식품영양학·컴퓨터과학·경제학 등의 학위를 보유하게 됐다.

그는 "방송대에서 보람을 느낀 만큼 다시 방송대에 입학해 다른 학문을 공부할 것"이라며 향학열을 불태웠다.

이번 졸업식에서는 박 전 과장 외 다양한 이력의 졸업생들이 학위를 받았다.

최연소 졸업생인 차양명(17·영어영문학과) 군은 2014년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홈스쿨링으로 중·고교 과정을 마치고 검정고시를 통해 방송대에 입학했다.

71세의 나이에도 4.17의 높은 학점으로 시니어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손옥철(영어영문학과) 씨, 프라임 칼리지에서 처음 만나 부부의 인연을 맺고 같은 날 학위를 받은 이상혁·강은관(서비스경영전공) 씨 부부는 졸업식 내내 화제를 낳았다.

신장장애 2급임에도 학구열을 불태운 이민숙(일본학과) 씨, 방송대에서만 10번째 학위를 받는 이강운(법학과) 씨는 후배들의 귀감이 됐다.

이번 방송대의 학위수여 대상자는 학사학위 1만4천67명, 석사학위 216명, 프라임 칼리지 졸업자 283명이다.

한편, 졸업생과 가족 등 5천여 명이 학위수여식에 참석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영상메시지를 보내 졸업생들에게 축하와 격려의 말을 전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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