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탄광촌 아이들의 성장기…김성희 만화 '너는 검정'

입력 2018-02-10 09:30
수정 2018-02-10 09:52
1980년대 탄광촌 아이들의 성장기…김성희 만화 '너는 검정'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삼성 반도체 공장 백혈병 문제를 다룬 '먼지 없는 방'과 용산 참사와 철거민 문제를 소재로 한 '내가 살던 용산', 기간제 여교사의 이야기 '오후 네시의 생활력'등 동시대 사회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온 만화가 김성희가 신작 '너는 검정'(창비)을 펴냈다.

1980년대 사북, 고한의 탄광촌을 배경으로 주인공 창수를 비롯한 탄광촌 아이들의 성장기를 담은 작품이다. 주로 동시대 문제를 다뤘던 전작들과는 달리 처음으로 과거를 다뤘다.

작가는 최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주변 사람들에게서 들었던 흥미로운 이야기를 작업한다"고 말했다.

"사회적인 만화를 그린 것도 주변 사람들과 많이 나눴던 이야기고 저도 일찍부터 노동을 해서 그런 상황들에 익숙했기 때문에 그런 작업을 할 수 있었죠. 이번 이야기 역시 주변 친구의 이야기에서 출발했어요."

처음 구상할 때는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됐을 시기였다고 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로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보며 실상 그 시절에 어떻게 사람들이 생활했고 그때 아이들이 어떻게 자라났는지를 보여주겠다는 것이 원래 의도였다. 그러나 2016년말 촛불 시위를 보며 '마음이 풀린' 작가는 탄광촌 외부로 가고 싶었던 탄광촌 소년의 모습을 그리기로 방향을 바꿨다.

이야기는 창수의 독백으로 전개된다. 탄과 돌가루가 먼지처럼 가라앉아 온통 회색빛인 탄광촌에서 창수와 아이들은 방치된 채 광산에서 캐낸 석탄을 쌓아놓은 저탄장을 놀이터 삼아 뛰논다. 그러나 탄광의 갱도가 붕괴하며 마을은 발칵 뒤집히고 아버지는 진폐증에 걸려 광부 일을 그만둔다. 단짝 남석이는 아버지를 사고로 잃고 마을을 떠난다.

고등학생이 된 창수는 어느 날 보충수업비를 불법으로 인상해 뒷돈을 챙기려는 선생들의 계획을 알게 되고 이에 반대해 수업 거부 운동에 참여한다. 이 일로 창수에게는 '빨갱이'라는 딱지가 붙는다. 학교에서 쫓겨나게 된 창수에게 아버지는 "빨갱이가 뭐냐. 그냥 적이란 소리다. 애나 어른이나 지들 편한 대로 빨갱이 만들면 그만이지"라고 말한다.

"창수는 합리적인 질문을 던졌지만 기존 권위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빨갱이'가 됐어요. 보편적인 것으로 인식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면 '빨갱이' '종북'으로 몰아가는 사회 질서를 창수의 이야기에 투영한 거죠."

세밀한 선으로 이뤄진 배경과 그와 대조되는 굵고 짙은 선의 인물 그림은 언뜻 투박한 듯하지만 온통 회색빛인 탄광촌의 쓸쓸한 분위기와 어두운 시대상의 느낌을 더욱 실감 나게 전달한다.

차기작은 다시 동시대, 우리 사회의 문제로 되돌아간다.

"창수는 저한테는 행복한 작업이었어요. 몸과 마음을 덜 다치고 마음껏 그릴 수 있는 작업이었으니까요. 차기작은 동시대 문제로 다시 가 르포만화를 그릴 겁니다. (업무와 관련해 노동자 등의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기업에 범죄 책임을 부과하는) '기업살인법'이 주제에요. 기업이 행하는 문제를 처벌할 수 있는 4편의 사건을 다룰 예정입니다." 304쪽. 1만4천원.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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