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反극우 집회 2만명 몰려…"규범·일상될까 불안"
연정 참여 극우 자유당 연일 구설…시위에 1938년 나치 병합 역사도 등장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우파 국민당과 극우 자유당의 연립정부 출범 이후에도 잠잠했던 오스트리아의 여론이 조금씩 들끓고 있다.
독일 DPA통신 등에 따르면 13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경찰 추산 2만여 명(집회 측 추산 8만여 명)이 극우 자유당의 연립정부 참여를 비판하고 이들의 배제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지난달 18일 정부 출범 행사 때 빈 시내에 6천여 명이 모였던 것과 비교하면 참가 인원이 크게 늘었다.
13일 시위에서는 1938년 오스트리아가 독일 나치 정권에 병합됐던 사건을 언급한 슬로건도 등장했다.
시위대 현수막 중에는 "쿠르츠(총리·국민당)와 슈트라헤(부총리·자유당)를 용인하는 사람들은 1938년을 경축했을 것이다"라는 문구도 적혀 있었다.
1938년 히틀러 나치 정권이 오스트리아를 강제 병합할 때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세력은 오스트리아 내부의 나치였다. 이들은 소요, 폭동을 일으키며 히틀러의 군대가 오스트리아에 들어올 명분을 제공했다.
2000∼2005년 한 차례 국민당과 연정을 꾸렸던 자유당은 1950년대 나치 부역자들이 만든 정당이다.
자유당은 난민 문제를 빌미로 연정 협상 때 내무부를 강하게 요구했고 결국 내무부와 국방부 등 내각 여섯 자리를 차지했다.
2000년과 달리 이번에는 오스트리아에서 대규모 시위가 바로 벌어지지는 않았지만 헤르베르트 키클 내무부 장관이 11일 난민 문제로 기자회견을 할 때 금기어나 다름없는 단어를 잘못 쓰면서 여론이 악화했다.
그는 난민들이 한 곳에 수용돼(konzentriert) 관리되기를 바란다고 했는데 이 단어는 나치 강제수용소(Konzentrationslager·KZ)를 연상시키기 때문에 조심해야 하지만 난민과 강제수용소가 연관되면서 논란이 불붙었다.
오스트리아 녹색당은 "나치의 언어가 우리의 사고와 감정에 무의식중 스며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위에 참가한 크리스타(55)는 AFP통신에 "가장 두려운 건 이런 형태의 정부가 우리에게 규범, 일상이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고, 독일인 토비아스 그레티카(47)는 "오스트리아뿐 아니라 곳곳에 민족주의가 침투할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는 지난달 초 이탈리아 북부 독일어권 자치 지역 주민에게 이중국적을 부여하겠다고 했다가 범게르만 민족주의를 조장한다며 이탈리아로부터 강력한 항의를 받았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난민에 대한 복지 축소 외에도 경찰 증원, 예산 절감을 위한 양육수당 삭감 등 정책에 시동을 걸어 극우 자유당에 반대하는 반발 여론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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