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다주택 양도세율 인상, '찔끔 대책' 되지 않기를

입력 2018-01-07 20:12
[연합시론] 다주택 양도세율 인상, '찔끔 대책' 되지 않기를



(서울=연합뉴스) 오는 4월부터 다주택자가 조정대상 지역에서 집을 팔면 양도차액의 최고 62%를 양도소득세로 물어야 한다. 기획재정부는 이런 내용을 포함한 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8일 자로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조정대상 지역에서 주택을 매각하면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10%p, 3주택 이상 보유자는 20%p 가산된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다주택자의 양도세율은 양도차익에 따라 현재의 6~42%에서 16~62%로 올라가게 됐다. 이 개정안은 입법예고 기간이 지난 뒤 차관회의를 거쳐 국무회의에서 최종 의결된다. '조정대상 지역'은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 이상이거나 청약경쟁률이 5대 1 이상인 곳으로 현재 분양권 전매제한, 1순위 청약 기준 강화 등의 규제를 받는다. 서울 전역, 경기의 6개 시와 1개 지역(동탄 2), 부산의 7개 구, 세종시 등 40곳이 지정돼 있다.

다주택자 양도세율을 높인 데는 지난해 부동산 시장 과열을 심각하게 보고 투기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듯하다. 다주택 보유자는 4월 이전에 집을 처분하거나 정부가 권장하는 임대주택 등록을 하라는 메시지인 셈이다. 정부는 지난해 '6·19 대책'과 '8·2 대책' 등 두 차례의 부동산 투기 대책을 발표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11·3 대책'까지 치면 불과 1년 새 세 차례나 정부 대책이 나왔다. 그런데도 집값 상승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특히 서울의 강남 지역 등에서는 지난 연말부터 가파르게 집값이 오르고 있다. 부동산114 따르면 새해 첫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33% 올랐다. 새해 첫주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이라고 한다. 재건축 등 호재가 있는 강남구(0.78%), 송파구(0.71%), 양천구(0.44%) 등이 주도했다고 하지만 조짐이 심상치 않은 건 사실이다.

정부는 이달 안에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를 가동해 이르면 상반기 내 부동산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인상안을 마련할 거라고 한다. 2주택 이상에 대한 종부세 과세율을 높이되 3주택 이상에 대해서는 별도의 기준을 세워 과세율 인상 폭을 차별화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는 1가구 1주택의 경우 공시가격 9억 원 이상, 2주택 이상인 경우엔 합산 공시가격이 6억 원 이상에 종부세를 부과하고 세율은 공시가의 0.5~2%이다. 정부는 다주택자의 돈줄을 더 죄기 위해 새로운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이달 말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현행 DTI는 기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이자와 신규 주담대 원리금만 보지만, 새 DTI는 기존과 향후 주담대 원리금을 모두 보기 때문에 대출 액수가 줄어들게 된다. 새 DTI는 또 두 번째 주담대를 받을 때부터 대출 만기를 15년으로 제한해 다주택자의 대출 부담을 가중한다고 한다.

다주택자 양도세율을 대폭 높인 것과 함께 새 DTI가 적용되면 일정 부분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두 차례의 종합대책에도 상승세가 꺾이지 않은 서울 강남 등의 집값이 이 정도로 만족할 만큼 잡힐지는 의문이다. 한쪽에선 과도한 부동산 억제 대책이 건설경기와 소비심리에 나쁜 영향을 줄 거라는 우려가 있다. 물론 그런 주장에도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결국,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가 관건이다. 지금 추세로 보면 보유세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힘 조절이 매우 중요하다. 너무 강해도 문제지만 시장을 따라가면서 별로 아프지 않은 처방을 남발하는 건 더 큰 문제다. 찔끔찔끔 대책을 내놨다가 결과적으로 부동산 가격 폭등을 초래한 과거의 정책실패 경험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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