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중립성 폐기, 페이스북·구글·아마존에 '굿 뉴스'"
"자본력 없는 경쟁자 제거로 거대 IT 기업 독점력 강화될 것"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망중립성 폐기를 결정한 데 대해 실리콘 밸리에서는 '창조와 혁신의 파괴'라는 비판 여론이 높다.
인터넷에서 데이터를 주고 받을 때 인터넷망사업자(ISP)가 데이터의 내용이나 양 등에 따라 데이터의 속도나 이용료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망중립성이 폐기됨으로써 콘텐츠·플랫폼 사업자들은 ISP에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며 이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터넷을 차단해 실리콘 밸리의 성장을 가로막을 것이라는 게 비판론자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17일 "망중립성 폐기는 페이스북·구글·아마존과 같이 엄청난 재력(deep pocket)을 지닌 '빅 인터넷 회사' 들에는 좋은 소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거대 인터넷 기업들은 이미 인터넷의 개방성을 위협하고 있으며, 망중립성 폐기는 상황을 악화시킨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들 소수의 대형 IT 회사의 힘은 인터넷 제공자인 통신사들보다 훨씬 막강할 뿐 아니라 이들은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상호 작용하고 엔터테인먼트를 즐기고, 뉴스를 소비하고, 쇼핑하는 방법 등 사실상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통신사들이 얼마의 통신료를 책정하든 이들은 그 돈을 지불할 준비가 돼 있으며 오히려 망중립성 폐기로 인터넷의 개방성이 차단될 경우 이들은 더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주장했다.
가령, 컴캐스트 같은 통신사가 넷플릭스나 구글 유튜브 등 스트리밍 비디오 제공업체에 인터넷 사용료를 무겁게 책정하면 이들 기업은 당장은 손해를 보게 될 것이지만 엄청난 자본력으로 이를 감당해 낼 것이다. 하지만 틈새시장을 겨냥하고 있거나 차기 넷플릭스가 되려고 노력하는 소규모 비디오 스트리밍 회사들은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되고 결국 시장에서 퇴출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비디오 사업뿐 아니라, 페이스북과 같은 메시지 제공업체, 아마존의 전자 상거래 시장 등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게 된다. 자본력이 없는 중소 IT 회사들은 도태될 것이며 자본력이 풍부한 거대 IT 기업은 더욱 강력하고 훨씬 안전해질 것이라고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강조했다.
페이스북, 구글 등 빅 테크 기업들은 그동안 망중립성을 지지한다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망중립성 폐기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정말 그들의 진심을 알고 싶다면 지난 14일 FCC 표결을 전후한 그들의 행동을 살펴봐야 한다"면서 "대다수의 빅 테크 기업들은 항의 시위에 참여하지 않았고 논란에서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완전히 침묵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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