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상 경계 호주 외교백서에 美 "우려공감" vs 中 "무책임"
호주 14년만 백서에 "中 영토분쟁에 더 호전적" 언급하자 中 반발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가 중국의 부상에 대한 경계심을 담은 외교백서를 14년 만에 내놓은 데 대해 미국과 중국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호주는 지난 23일 외교백서를 통해 영향력이 날로 커지는 중국이 영토 분쟁과 관련해 더욱 호전적이 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지만, 미국에 대해서는 아시아에 거리를 두려 한다며 관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미국 정부는 백서의 우려에 공감한다며 인도-태평양지역의 질서 유지를 위해 호주와 계속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일간 오스트레일리언 파이낸셜리뷰가 27일 전했다.
미국 국무부의 매트 매슈스 부차관보는 성명에서 "(미국과 호주) 양국은 자유와 개방된 시장, 법의 지배를 기초로 한 외교정책을 가진 별개의 민주주의 국가"라며 양국 관계가 이런 원칙에 따라 변치 않을 것이라는 점을 확인시켜줬다고 평가했다.
매슈스 부차관보는 또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과 번영, 평화를 뒷받침할 규칙을 기초로 한 글로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호주 및 다른 파트너 국가들과 협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은 이 백서의 전반적인 내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남중국해와 관련한 언급에는 "무책임하다"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3일 "백서는 중국의 발전 및 중국-호주 관계에 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지만, 남중국해에 관해서는 몇몇 무책임한 언급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이어 "호주는 직접 개입돼 있지 않고, 어느 편을 들지 않겠다고 거듭 말해왔다"며 "우리는 무책임한 언급을 멈추길 바란다"라고 꼬집었다.
호주의 외교백서는 남중국해 문제가 갈등의 원인이라며, 이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중국의 전례 없는 속도와 규모의 활동에 우려를 제기하면서 인공구조물 건설 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영문 자매지인 글로벌 타임스도 지난 24일 사설에서 "백서에 호주의 불안감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며 "미국 정부는 중국의 평화적인 부상을 환영하지만, 호주는 계속 부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글로벌 타임스는 또 "호주가 서방의 주변부에 머물면서도 종종 서방을 대표해 아시아 문제에 끼어들려 하고 있다"며 호주의 백서가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들과 미국에 영향을 줄 수도 없다고 깎아내렸다.
한편, 호주의 외교백서는 역내 안보와 경제적 안정과 관련해 자국이 더 책임을 짊어져야 하고 한국과 일본, 인도, 인도네시아 등 역내 공동의 가치를 가진 국가와의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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