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역량 강화하고 자수성가 기업 나올 환경 만들어야"
대한상의, 경제현안 해법 담은 제언집 김동연 부총리에 전달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중소기업의 역량을 강화하는 근본적인 처방에 자수성가 기업이 많이 나올 수 있는 정책구조의 변경이 필요하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이런 내용 등을 담은 '최근 경제 현안에 대한 전문가 제언'을 전달했다.
최근의 경제 현안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나아갈 방향을 도출하기 위해 학계와 컨설팅사, 시민단체 등 전문가들에게 자문했고 그 결과를 정리해 정부 경제팀에 전달한 것이다.
대한상의는 "경제단체가 기존의 소원수리형 건의에서 벗어나 전문가의 균형 잡힌 분석과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의도"라고 밝혔다.
제언집에는 과거에 대책을 세웠지만 표류한 과제들, 또는 방향은 섰지만 이해관계의 벽에 막혀 있는 과제들에 대해 이번만큼 정부가 실천해달라는 바람이 담겼다고 대한상의는 설명했다.
제언집은 경제 현장의 목소리를 들은 뒤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해법이나 제안을 정리하는 형태로 작성됐다. ▲ 경기 하방 리스크 ▲ 산업의 미래 ▲ 고용노동 부문 선진화 ▲ 기업의 사회공공성 강화 등 4개 부문으로 나눠 정리했다.
먼저 경기 하방 리스크와 관련해 제언집은 "역대 정부들이 혁신형 중소기업 육성(참여정부), 동반성장(이명박 정부), 경제 민주화(박근혜 정부) 등 양극화 해소 대책을 폈지만 중소기업 지원 자체에만 국한된 채 역량 강화와 기업 성장으로 연결되지 못했다"며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를 주문했다.
또 '3%대 성장' 달성을 위해선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4차 산업혁명 등에 따른 산업의 미래와 관련해 제언집은 "다수 정책이 늙은 기업의 연명을 돕도록 설계돼 있다"면서 "잠재력이 높은 어린 기업이 성장 궤도에 들어가도록 정책구조를 바꾸고 재도전이 가능한 사회안전망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미국의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가 자산 1조원 이상 기업가의 자산 축적 방식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자수성가형 기업가는 25.9%에 그쳤고 74.1%는 상속형 기업가였다.
자수성가형 기업가의 비중이 조사 대상 78개국 중 최저로, 중국(98.0%)·영국(93.6%)·일본(81.5%)·미국(71.1%) 등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다.
제언집에는 또 "한국은 세계 100대 사업모델의 절반 이상(57개)이 제대로 꽃피기 힘들거나 시작조차 할 수 없는 환경"이란 맥킨지의 조언도 담았다.
노동 환경의 변화와 관련해 제언집은 "글로벌 기업들은 생산 방식이나 일하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있지만 우리는 저임금, 장시간 근로에 의존하는 현 상태 유지에 급급하다"며 "기업이 혁신에 나설 수 있도록 이런 구시대적인 노동시장 관행을 걷어내는 일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노동개혁도 가능하다"며 "숙련된 고용에 필요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국민을 지원하고 새로운 기회를 부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제언집은 "정부가 시장 자율성과 사회공공성을 대립적 관계로 규정해 시장에 무리하게 개입하면 자율성과 공공성을 모두 잃고 그에 따른 사회경제 비용은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라며 "기업도 시장경제 질서를 준수하고 공정한 분배를 해왔는지 돌아보면서 기업 친화적 문화를 주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제언집에는 경제계의 자성도 담겼다. 제언집은 "그동안 경제계가 10년 후, 20년 후 미래 성장원을 얘기하기보다 '기업 애로가 많으니 해결해주세요' 식으로 기업의 연명을 위한 호소만 한 것은 아니었는지 반성한다"며 "성장과 연명의 선택에서 연명을 선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하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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