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깜짝 발언' 없었다…트럼프, 대북 발언에 '신중'
회견서 "(북한에 힘을) 실제 사용할 일 없기를 바란다" 언급
북한과 직접대화 가능성 묻자 "언급하지 않겠다" 답변 피해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직설적인 화법을 즐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열린 한미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는 상당히 신중한 답변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견에서 '대북 외교적 전략이 성공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 부분이 성공인지 아닌지 얘기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답한 뒤 한반도 주변에 전개된 전략자산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3척의 항공모함과 핵잠수함이 한반도 주변에 배치돼 있다고 거론한 뒤 "대적할 수 없는 우리의 많은 힘을 보여줬고, 이런 식의 힘을 과시한 적이 없다"면서도 "이런 부분을 실제로 사용할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나와서 우리와 합의를 끌어내는 건 북한 주민에게도 전 세계 시민에게도 좋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핵 해법이 군사옵션보다는 협상에 찍혀 있음을 시사한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대응책으로 군사옵션도 사용할 수 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는 지난 8월 뉴저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더는 미국을 위협하지 않는 게 최선일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지금껏 전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 솔직히 말해 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지난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는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직설적으로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을 언급할 때마다 북한은 강하게 반발해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은 급격하게 치솟곤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군사옵션에 대해 과거보다 신중했던 것은 북한이 지난 9월 15일 이후 50여 일간 도발하지 않고 있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 한미 외교당국 간 사전 조율 과정에서 대북 군사행동에 대해 한국민이 느끼는 감정에 대해 인지하고 발언 수위를 조절했을 가능성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15 경축사에서 "한반도에서 또다시 전쟁은 안 된다"고 단호하게 밝히는 등 우리 정부는 북핵문제가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견에서 북한과의 직접대화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도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
그가 아시아 순방 첫날인 5일(현지시간) 방영된 미국의 탐사보도 뉴스프로그램 '풀메저'와의 인터뷰에서 '독재자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느냐'는 질문에 "누구와도 마주앉을 것"이라고 말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대화 가능성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는 해석을 낳은 것과 비교하면 한결 신중해진 태도다.
이는 대북 압박에 치중해야 하는 국면에서 공식 회견을 통해 직접대화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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