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비자 재개, 터키에 달려"…에르도안 "美에 상응 조처"
美대사 "영문 모른 채 직원체포 되풀이"…터키 당국, 2명 체포 후 1명 소환
터키 대통령 "언짢다"면서도 美정부 직접 비판은 자제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미국이 공관 직원 안전이 보장돼야 터키에서 비자 발급을 재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존 배스 터키 주재 미국대사는 9일 밤(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비(非)이민 비자 발급 중단 배경과 재개 요건을 설명하는 성명을 게시했다.
배스 대사는 "지난주에, 올해 들어 두 번째로 우리 공관의 터키인 직원이 체포됐다"면서 "이유를 알고자 애썼는데도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혐의에 증거가 있는지, 있다면 무엇인지를 가늠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달 4일 이스탄불 주재 미국영사관의 터키인 직원이 간첩행위와 쿠데타 배후 연계 등 혐의로 연행됐고, 올해 3월에는 아다나 주재 미국영사관에서도 터키인 직원이 쿠르드 분리주의 무장세력 '쿠르드노동자당'(PKK) 지지 혐의로 체포됐다.
9일 이스탄불 검찰은 이스탄불 주재 미국영사관의 또다른 터키인 직원에 소환장을 발부했다고 확인했다. 그 아내와 자녀는 흑해 연안 도시 아마시아에서 당국에 억류된 상태다. 이 직원은 미국영사관에서 보호를 받고 있다.
배스 대사는 "문제가 해결되려면 얼마나 걸릴지 우리로서는 예측할 수가 없다"면서 "업무 중단 기간은 구금된 직원 신병에 관한 양국의 논의 경과와, 미국 공관·직원을 보호하려는 터키정부의 의지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터키는 미국의 비자 중단 직후 미국에서 상응 조처를 강조하면서도, 협상을 모색하며 확전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압둘하미트 귈 법무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터키는 양국의 사법 협력에 긍정적"이라면서 "미국이 비자 업무 중단 결정을 재고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대사관이 그런 결정을 내리고 이행했다는 사실에 마음이 언짢다"고 말하면서도, 미국정부를 직접 겨냥하지는 않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러나 외교부가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필요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전날 워싱턴 주재 터키대사관이 발표한 '조롱성' 성명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의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외교부에 미국대사관의 발표와 똑같은 내용으로 성명을 내라고 외교부에 지시했다고 기자회견에서 공개했다.
터키대사관은 이달 8일 미국대사관의 성명에서 주어와 목적어만 바꾼 채 완전히 같은 내용으로 상응 조처를 발표, 미국을 조롱하려는 명백한 의도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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