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브렉시트 연설 피렌체에 시위대 결집…"브렉시트 반대"
"유럽은 우리 조국"·"브렉시트 투표 무효" 등 구호 외쳐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22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연설을 앞두고 이탈리아 피렌체에 브렉시트 반대 시위대가 집결했다.
메이 총리의 연설 장소로 낙점된 피렌체의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 앞에는 이날 연설 시작 수 시간 전부터 영국 국기와 유럽연합기를 양손에 든 수 십 명의 시위대가 모여 "테리사 메이, 우리는 (유럽에) 머물기 위해 여기에 왔다", "브렉시트 투표는 무효"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일부는 메이 총리가 불타는 여권을 들고 있는 포스터를 흔들며 EU 회원국에 거주하는 영국 시민들의 권리 보장을 촉구했다.
이날 열린 시위는 유럽 내의 자유로운 이동과 EU 시민권을 옹호하는 '새로운 유럽'이라는 단체에 의해 조직된 것으로, 참가자 상당수는 영국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EU 회원국에 거주하고 있는 영국인들은 브렉시트로 신분이 불안정해지고, 연금에서 불이익을 받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한편, 메이 총리는 이날 유럽의 르네상스 문화가 꽃핀 피렌체에서도 가장 오래된 성당인 13세기 축조된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에서 '공동의 역사, 공동의 도전, 공동의 미래'라는 문구를 배경으로 향후 영국과 EU의 관계를 가늠할 브렉시트 연설을 했다.
메이 총리는 런던이나 EU 본부가 있는 브뤼셀 대신 피렌체를 연설 장소로 택해 많은 이들에게 궁금증을 안겼다.
이에 대해 영국 총리실은 "총리가 유럽의 역사적 심장부에서 영국과 EU 간 미래 관계에 관해 연설하기를 원했다"며 "영국은 역사적으로 무역에 강점을 지니고 있던 피렌체와 수 세기에 걸쳐 문화적·경제적으로 깊은 관계를 맺어왔다"고 설명한 바 있다.
비록 물리적으로 EU를 떠나더라도 EU와 경제적, 문화적인 가치를 공유하고, 협력을 이어갈 것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피렌체를 연설 장소로 택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 등 이탈리아 언론은 르네상스 시대에 피렌체를 통치한 메디치 가문과 영국 군주의 돈독한 유대 관계, 피렌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영국 문호 E.M. 포스터의 대표작 '전망좋은 방' 등을 예로 들며 피렌체와 영국 사이의 역사적, 문화적 연관 관계를 조명하기도 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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