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김명수 인준안 처리과정서 호남중진과 또 균열(종합)
박지원·정동영·천정배, 安에 찬성표결 설득했지만 결국 '자유투표'
(서울·인천=연합뉴스) 김경희 설승은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표결 과정에서 국민의당 내에서 안철수 대표와 호남 중진들 사이에 불협화음이 노출됐다는 뒷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안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를 놓고 한 차례 진통을 겪은 뒤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양측 간의 앙금이 김 후보자 처리 문제를 놓고 다시 불거진 셈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22일 "박지원 의원이 본회의 전날 안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찬성 당론을 밝히자고 설득했다"면서 "그러나 의총에서 안 대표가 끝내 원칙적 입장만 견지했고, 중진들이 단체로 권고적 당론 채택을 압박한 것"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실제 박 의원은 본회의 전날인 지난 20일 자정까지 안 대표를 설득해 긍정적 답변을 받았다고 판단했으나, 본회의 직전 열린 전날 의총에서 안 대표가 자유투표 입장을 밝히자 직접 마이크를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안 대표는 당시 의총에서 "사사로운 이해관계를 떠나 독립적인 사법부를 수호할 수 있는 인물인가라는 단 하나의 높은 기준을 적용해 판단해달라"고 발언해 '반대투표'를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이에 박 의원과 지난 '8·27 전당대회'에 나란히 출마한 정동영, 천정배 의원 등이 발언을 자청해 찬성 입장을 밝히며 '권고적 당론' 채택을 한목소리로 주장했다.
특히 천 의원은 "대표의 입장이 모호하다. 방향을 정하는 것이 지도부의 리더십"이라고 지적했고, 정 의원이 안 대표의 찬반 입장 표명을 요구하면서 신경전이 노출되기도 했다. 안 대표는 당시 "찬반을 밝히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답변을 했다.
박 의원은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안 대표가 인준안을 부결시키고 싶었는데 후폭풍을 책임지기 싫어 떠넘긴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제가 소금 뿌릴 수는 없잖아요"라면서도 "이해하기는 잘 하시네요"라고 답변했다.
당 안팎에선 그러나 안 대표와 중진 간 갈등이 심화됐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며 안 대표가 당내 접촉면을 두루 넓히며 소통 강화에 나선 만큼 호남 중진들이 지방선거 국면 전까지는 당분간 지켜보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안 대표 측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애초 원내지도부가 자유투표 방침을 정한 것"이라며 "이후 권고적 당론 이야기가 나왔지만, 원내지도부가 자유투표 방침을 견지하기로 한 것이고, 안 대표는 원래 중립"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한편 안 대표는 이날 인천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이번에도 꼬인 것을 풀고 막힌 것을 뚫은 것은 국민의당"이라며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급할 때만 읍소하지 말고, 국회의 합리성을 존중해 말이 아닌 행동으로 협치를 실천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또 "국민의당 국회의원들이 사법부 독립과 개혁을 위해 현명한 판단을 내렸다"며 "국민의당이 대한민국과 사법부를 위해 큰길을 열어줬다"고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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