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명하게 평가 엇갈린 '박정희 시대' 학술대회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 "정치민주화 후퇴…민주정치의 시련기"
이영훈 서울대 명예교수 "고도성장 견인한 '박정희 모델' 되살려야"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집권 시기에 대한 학술대회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긍정·부정 평가가 엇갈렸다.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전 동덕여대 총장)는 명지대 국제한국학연구소가 정치학술포럼 100회를 기념해 '박정희 시대 연구-세대와 관점을 교차하여'를 주제로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연 학술대회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박 전 대통령의 집권 시기에 정치 민주화가 후퇴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박 전 대통령 유신 체제에 대해 "민주주의의 원칙과 정당성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폭압적인 권위주의 체제"라며 "박정희 정권 아래 한국 정치는 민주정치의 혹독한 시련기를 겪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금권·관건에 폭력까지 동원된 1967년 6·8 부정선거와 장기집권을 위해 헌법을 고친 3선 개헌과 유신, 긴급조치를 통해 1인 통치체제를 확립한 일 등을 그 사례로 들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경제발전 부분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데는 이론(異論)의 여지가 없지만, 5·16 군사정변은 군사쿠데타라는 데도 마찬가지로 이론이 없으며 이후에도 민주정치를 발전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한국의 민주정치를 후퇴시켰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이처럼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권위주의 체제를 유지한 결과 오히려 역설적으로 민주화운동 세력 등 저항 세력이 형성되고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줬다는 것이 김 교수의 분석이다.
여기에 산업화 성공을 통해 고학력자와 노동자·중산층이 형성돼 민주화운동의 주축세력으로 성장했다고도 덧붙였다.
반면 뉴라이트 계열을 대표하는 학자로 알려진 이영훈 서울대 명예교수는 '박정희모델의 역사적 의의와 재평가'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박 전 대통령 집권 시기 경제 고도성장이 단순히 정부주도형 정책이 아니라 국가적 혁신체제의 소산이라는 의견을 폈다.
이 교수는 박 전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박정희모델'로 명명하고 ▲ 대외지향 정책을 통한 자립적 국가 경제의 건설 ▲ 대기업 우선의 적하식 공업화 ▲ 정부-기업-종업원의 긴밀한 협력과 조정을 그 핵심 원리로 들었다.
그는 '박정희모델'이 고도성장을 견인해왔으나 김영삼 대통령 집권기 이후 그 원리가 부정되면서 결국 1998년 외환위기를 맞았고 국제통화기금(IMF)이 남아있던 '박정희모델'을 일소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박정희모델'을 오늘날에 맞게 복구해야 한다면서, 그러려면 일본과 시장을 통합하고 규제를 철폐해 외국계 대기업을 국내에 유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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