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총선쟁점 디젤차…메르켈 "미워도 디젤"·슐츠 "이젠 전기차"
'메르켈 대세론'에 미풍이지만 연정 협상시 주요 의제될 듯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오는 24일 독일 총선을 앞두고 디젤차의 전기차 대체 문제와 관련해 좌·우파의 목소리가 확연히 갈리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기독사회당은 전기차 기술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독일이 자랑하는 디젤엔진의 점진적인 대체를 주장하고 있다. 다른 우파 정당은 아예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마르틴 슐츠가 이끄는 사회민주당은 적극적인 전기차 대체를 주장하고 있고, 녹색당과 좌파당도 구체적으로 디젤엔진의 '종말 시한'까지 제시하며 선거 의제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 2015년에 불거지며 메르켈 총리의 아킬레스건으로 여겨졌던 디젤차 문제는 총선 과정에서 쟁점화됐으나 '메르켈 대세론'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총선 이후에도 연정 협상 과정을 통해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메르켈 총리는 본격적인 총선 과정이 시작된 후 디젤 스캔들을 야기한 자동차 업계 경영진을 상대로 직격탄을 날려왔다.
지난달 초 정부와 업계 간의 이른바 '디젤 정상회의'를 통해 공동 조성키로 한 5억 유로 규모의 공해 완화 펀드의 규모를 10억 유로로 늘리겠다고 추가로 공약했다.
그러면서 2020년까지 전기차를 100만대 보급하겠다는 기존 정책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는 2040년 내연기관 엔진을 금지하겠다는 영국 및 프랑스 정부와 달리 타임 테이블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특히 메르켈 총리는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우리는 환경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디젤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구나 디젤엔진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차원에서 가솔린 엔진보다 효과적이라는 점도 강조해왔다. 그는 디젤엔진을 "악당 취급해선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독일이 자동차 최대 수출국이자 자동차 업계가 80여 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낸 점을 감안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메르켈 2기 내각의 연정파트너였던 자유민주당도 전기차의 도입 문제는 시장 환경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기차 확대를 위한 지원책을 강구 중인 기민·기사당 연합과 달리 자민당은 정부가 전기차 구입 등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도 반대했다.
반(反)이슬람·반유로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도 정부가 전기차 도입에 앞장서는 데 비판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디젤차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에 대해서도 자동차 산업을 위태롭게 한다고 비판해왔다.
이와 달리, 사민당은 유럽에서 팔리는 차량 가운데 전기차 판매량을 설정하는 전기차 쿼터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슐츠 대표는 버스 및 택시를 전기차로 완전히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펼쳤다.
또한, 전기차 보급의 최대 걸림돌 중 하나인 배터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환경보호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온 녹색당은 2030년까지 내연기관 엔진을 금지하겠다고 했다.
특히 녹색당은 자동차 산업이 국가의 가장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전기차 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좌파당은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신차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공약했다. 다만, 좌파당은 전기차 구입 시 인센티브 제공에 대해선 검토 과제로 남겨뒀다.
이런 좌우 정당 간 온도 차는 메르켈 총리가 승리하더라도 연장 협상 과정에서 상당히 부각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기민·기사 연합에 자민당과 녹색당이 참여하는 연정이 추진될 경우, 디젤엔진 문제를 놓고 조율하는 데 극심한 진통이 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게 제기되지만 기민·기사 연합과 사민당의 대연정이 이어지더라도 역시 입장차를 조율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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