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판결 D-1…기아차 노사·재계 '긴장'

입력 2017-08-30 13:48
수정 2017-08-30 14:37
통상임금 판결 D-1…기아차 노사·재계 '긴장'

기아차 "패소시 최대 3조원 비용"…노조 "과도한 억측, 현명한 판결 기대"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윤보람 기자 = 기아차 근로자들이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의 1심 선고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소송 당사자인 기아차 노·사는 물론 재계 전체가 긴장 속에서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기아차 노조는 소송을 통해 사측에 상여금과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주고, 상여금 등이 포함된 새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과거 3년(임금채권 기한)간 받지 못한 각종 통상임금 연동 수당을 계산해 지급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대로 사측은 지금까지 해마다 임금협상에서 노사합의에 따라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았던 만큼 '신의성실 원칙(이하 신의칙)'에 따라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간주할 수 없고, 인정되더라도 과거 분까지 소급해서 줄 필요는 없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법조계와 재계에서는 이번 기아차 소송에서도 다른 수당은 몰라도 정기상여금의 경우 통상임금의 조건으로서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을 충족하는 만큼 통상임금으로 인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가장 큰 쟁점은 재판부가 소급 지급에 신의성실 원칙(이하 신의칙)을 적용할지 여부다.

'신의칙'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 이행은 신의를 좇아 성실히 해야 한다'는 민법 제2조 1항을 말하는데, 실제로 2013년 대법원은 '갑을오토텍 통상임금 소송' 관련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서도 '신의칙'을 근거로 과거 분 소급 지급을 막은 바 있다.

과거 노사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해 임금 수준 등을 결정했다면, 이후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더라도 이전 임금을 새로 계산해 소급 요구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기아차 사측은 만약 재판부가 전부 소급을 명령할 경우, 최대 3조 원(회계평가 기준)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아차 추산에 따르면 우선 2011년 10월 2만7천458명의 기아차 근로자들이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에 따른 2008년 8월~2011년 10월(3년) 임금 소급액만 6천900억 원에 이른다.

여기에 추가로 2014년 10월 13명의 근로자가 통상임금 대표 소송을 통해 주장한 2011년 10월~2014년 10월(3년) 임금 소급액 약 1조1천억 원에 대한 지급 의무도 생긴다.

이 두 소급분 1조8천억 원에, 통상임금에 연동되는 퇴직금 등 간접 노동비용 증가분까지 모두 더하면 최대 3조 원에 이른다는 게 기아차의 설명이다.

반대로 재판부가 기아차의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기아차는 과거 분은 물론 미래 분까지 그 어떤 부담도 지지 않는다.

재판부가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간주하되, 신의칙 원칙을 들어 소급 지급만 막을 수도 있다.

이 경우 기아차는 소급 분 '비용 폭탄'은 피하지만, 향후 새 통상임금 기준 적용에 따른 임금 상승 가능성이 있다.

재판부가 상여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하고, 소급 지급도 필요하다고 판결하더라도 기아차 부담이 최대 3조 원에 이르지 않고 수천억 원에 머물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1차 소송(2008~2011년 소급 임금 소송)만 봐도, 휴게시간의 실근로시간 산입 여부나 심야수당 포함 여부 등에 따라 노조의 소급 청구액(6천311억 원)과 회사 추산 소급액(709억 원) 사이에 엄청난 격차가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가 어느 쪽 계산이 더 적법하다고 손을 들어줄지 짐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아차 노조는 30일 성명을 통해 국회와 자동차업계의 '기아차 3조 원 비용 발생' 주장 등에 대해 "노동계의 입장을 반영하지 않는 과도한 억측이고 본질과 관련 없는 내용"이라고 지적하며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으로 7년간 노사갈등의 핵심 원인인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지향적 산업평화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호소했다.



shk999@yna.co.kr,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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