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부산에 1천억 기부했는데…광주 굴지 기업들은

입력 2017-08-23 10:48
롯데, 부산에 1천억 기부했는데…광주 굴지 기업들은

금호·호반·중흥 등에 아쉬움·기대감 교차

"기업 존중·시장 논리 문화도 조성을"

(광주=연합뉴스) 전승현 기자 = "롯데그룹이 최근 오페라하우스 건립 비용으로 1천억원을 부산시에 기부했다는 언론 보도를 접하고 광주 굴지 기업들은 광주를 위해 무엇을 했을까, 시와 시민사회는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어떤 역할을 했을까 자문해봤습니다.(광주시청 6급 공무원)

롯데그룹이 최근 부산시에 오페라하우스 건립 비용으로 1천억원을 기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광주를 모태로 한 굴지 기업들의 역할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역 경제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23일 지역 경제계 등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부산 북항 재개발지역 해양문화지구에 총 면적 5만1천617㎡ 규모로 들어서는 부산 오페라하우스 건립 비용 1천억원을 부산시에 기부했다.



지하 2층, 지상 5층 규모에 1천8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극장, 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소극장 외에 전시실, 식음시설 등을 갖춘 명실상부한 동남권 최대 규모의 극공연 전문공연장이다.

국제해양도시 반열에 오른 부산시는 이 오페라하우스가 새로운 관광수요 창출과 예술인 일자리 창출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부산을 연고로 한 롯데가 지방 단일사업에 1천억원을 기부한 것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면서 광주 경제계 등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광주 문화계 인사는 "기업 이윤의 사회환원이 강조되는 분위기에서 롯데그룹이 부산에 1천억원을 기부했다는 소식은 광주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광주를 토대로 성장한 굵직한 기업들의 현주소를 되돌아보게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내 재계서열 19위인 금호아시아나와 연매출 수조원에 달하는 호반건설과 중흥건설에 대한 아쉬움과 기대감이 교차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금호아시아나 사회공헌 액수는 알려지지 않고 있고, 호반건설은 지난해 120억원 가량, 2015년엔 115억9천여만원을 사회에 공헌했다. 증흥건설 사회공헌 액수는 지난해 11억, 2015년엔 10억원에 불과했다.

광주를 모태로 성장한 이들 기업의 사회공헌은 전국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중견기업을 운영하는 A씨는 "광주·전남 지역민들의 성원으로 성장한 금호아시아나는 기억이 사라질 만큼 오래전에 금호문화재단을 광주에 설립한 것 외에는 굵직한 사회공헌 사업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라며 "금호아시아나가 원하는 방향으로 금호타이어가 매각되고 나면 지역에 어떻게 보답하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창업주가 지역 언론사를 인수하면서 지역 문화창달과 장학사업에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밝힌 호반건설과 중흥건설이 기업 이윤의 지역사회 환원을 어떻게 구체화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민사회가 기업을 존중하고 시장 경제 논리를 중시하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기업 모 부장은 "광주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경제환경인 만큼 기업에만 역할을 요구하지 말고 기업 하기 좋은 문화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부산, 대구는 특급호텔, 유통업체가 성업하는 데 반해 광주는 신세계가 특급호텔, 대규모 유통시설을 만들려고 해도 발목이 잡히는 현실이고, 사회분위기가 이념 지향적"이라고 지적했다.

shch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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