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정부, 제1야당 대표까지 겨냥하나…체포설 무성
에르도안 대통령, 야당 대표 스파이혐의 거론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지난달 터키에서 '정의 장정'으로 반정부 여론 결집 가능성을 보여준 제1야당 대표의 체포설이 무성하다.
17일 터키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언급 후 야당 '공화인민당'(CHP)의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대표 체포 가능성이 확산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앞서 이달 13일 안탈리아에서 열린 여당 '정의개발당'(AKP) 행사에서 "클르츠다로을루는 수감된 동료 의원의 스파이혐의가 자신에게로 미치지 못하게 연막 수법을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수감된 동료 의원이란 언론에 터키정부의 무기 밀수 의혹을 폭로해 올해 6월 25년형을 선고받은 에니스 베르베로을우 의원을 가리킨다.
베르베로을루 의원은 2014년 터키 정보기관의 차량이 시리아 반군 조직에 무기를 지원하는 데 동원됐다는 사실을 언론에 폭로한 후 간첩죄로 기소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베르베로을루가 '내가 풀려나지 않는다면 사실을 말하겠다'고 했다더라"고 말해, 베르베로을루 의원이 클르츠다로을루 대표의 혐의를 실토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친정부 성향 언론은 폭로자료 출처가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의 세력이며,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를 거쳐 베르베로을루 의원에게 전달됐다고 보도했다.
귈렌은 터키정부로부터 작년 쿠데타 모의 배후로 지목된 인사다.
CHP와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언과 언론 보도를 강력히 부인했다.
일부 터키 언론은 여당이 2019년 선거 승리를 위해 야당을 압박하고 있다는 야권의 시각을 소개했다.
CHP는 연휴 기간인 이달 26일부터 닷새간 서부 차나칼레에서 '정의 총회'를 열 계획이다. 정의 장정으로 불을 지핀 반AKP 여론을 키우겠다는 의도다.
일간지 휘리예트는 17일 칼럼에서 "제1야당 대표가 구속된다면 에르도안 대통령과 AKP가 서방에 제대로된 해명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안탈리아 검찰총장은 16일 CHP 소속 무스타파 아카이든 의원의 '쿠데타 연극' 발언에 관해 정식 수사에 착수했다.
아카이든 의원은 이달 초 기자회견에서 "쿠데타를 TV로 볼 때 마치 시트콤을 보는 것 같았다"면서 "작년 7·15 쿠데타는 하나의 연극"이라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국가가 국민 250명을 죽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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