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전역 배상문 "하루가 급하다…바로 연습 시작하겠다"

입력 2017-08-16 11:06
군 전역 배상문 "하루가 급하다…바로 연습 시작하겠다"

21개월 소총수 복무… "군 생활에서 배운 건 인내심"

다음달 14일 신한동해오픈 출전…PGA 복귀는 10월

(원주=연합뉴스) 권훈 기자= "점심 먹고 곧바로 스윙 연습을 시작한다. 하루가 급하다."

21개월 동안 육군 소총수 복무를 마친 한국 남자 골프의 간판 배상문(31)은 제대한 날부터 연습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16일 강원도 원주 육군 모 부대에서 전역한 배상문은 "일과가 끝나면 주어지는 자유 시간에는 빈 스윙과 체력 훈련으로 필드 복귀에 대비했다"면서 "아직 대회를 뛰어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자신은 있다"고 말했다.

배상문은 다음 달 14일 개막하는 한국프로골프투어(KGT) 신한동해오픈에서 복귀전을 치른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10월 5일 시작하는 세이프웨이 오픈부터 나선다. PGA투어는 배상문에게 군 복무 동안 투어 출전권을 유예해줬다.

어머니 시옥희 씨를 비롯한 지인들이 기다리는 가운데 부대 정문을 나선 배상문은 "앞으로 할 일이 많다"면서 "그간 못했던 훈련을 하고 대회도 많이 뛰고 싶다고 생각했다. 골프가 너무 하고 싶었다. 필드에서 다시 우승 경쟁을 하는 순간을 꿈꿔왔다"고 전역 소감을 밝혔다.

다소 야윈 모습인 배상문은 "체중이 좀 줄어든 건 맞다. 대회에 나가기 전까지 몸무게를 더 불리고 몸 상태를 (선수 시절로) 되돌리는 데 집중하겠다"고 설명했다.

배상문은 군 복무 동안 휴가를 나오면 빠짐없이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연습을 했고 간간이 실전 라운드도 돌았다.

그는 "휴가 나와서 실전 라운드를 했을 때는 언더파 스코어도 적어내고 크게 실력이 떨어진 것 같지는 않았다"면서 "다만 대회가 아니라서 정말 어느 정도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연습장에서 치는 샷이나 부담 없는 연습 라운드와 달리 4라운드 내내 긴장과 압박감 속에서는 치르는 대회는 다르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자신감은 여전했다.

그는 "드라이버 비거리는 예전보다 더 나간다"면서 "비거리나 체력은 크게 걱정이 되지 않는다"고 귀띔한 그는 "아직 시간이 있으니 예전보다 나은 기량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다. 자신 있다"고 힘줘 말했다.

배상문은 군 복무 기간 기량 유지를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소총수로 다른 병사와 똑같이 훈련을 받았고 똑같은 일과를 보냈지만, 일과가 끝나고 주어지는 개인정비시간(자유시간)에는 빈 스윙이나 웨이트 트레이닝을 빠트리지 않았다.

약 7개월 동안 휴일에 부대 인근 영서고등학교 골프부에서 재능 기부의 주니어 선수들 스윙을 봐준 것도 도움이 됐다. 재능 기부 활동은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휴일에만 했고 반드시 전투복 차림으로 임했다.

다만 그는 "잔디 위에서 치는 쇼트게임과 퍼트, 그리고 특히 벙커샷 등은 실전 감각이 많이 떨어져 있을 것"이라면서 "이런 감각을 하루빨리 끌어 올리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배상문은 이날도 점심을 먹고 나서는 연습장으로 곧바로 달려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시간이 없다. 하루가 급하다"면서 "오늘부터 앞으로 대회 때까지는 딴 일 할 겨를이 없을 것 같다"고 의욕을 보였다.

배상문은 또 복귀 이후 목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첫 대회부터 예전만큼, 예전보다 더 잘하기를 바란다면 욕심일 뿐"이라는 그는 "투어 카드를 1년 동안 유예해준 PGA투어의 배려에 보답하고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대신했다.

입대 전 프레지던츠컵에서 마지막 대회를 치른 그는 "2년 뒤 열리는 프레지던츠컵에는 꼭 출전해 그때 당한 패배를 갚아주겠다"고 투지를 내보였다.

전성기에 군에 입대한 배상문은 군에서 정신적으로 더 강해졌다고 밝혔다.

"군대 생활을 하면서 매 순간순간 인내를 배웠다. 내 인생에서 상당히 큰 밑거름이라 여긴다. 투어 선수로 다시 활동하면서도 군에서 배운 인내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나는 군대 체질인 것 같다"는 그는 "통제된 단체 생활에도 잘 적응했고 10살 어린 전우들과도 잘 지냈다. 어젯밤에도 후임병들과 밤새 이야기를 나눴고 오늘도 헤어지기가 서운해서 우는 후임병들 달래주느라 제대가 늦었다"고 껄껄 웃었다.

배상문은 "늦은 나이에 군대에 갔다. 혼자 했더라면 못했을 것이다. 나보다 한참 어린 친구들이 꿋꿋하게 버텨내는 걸 보고 많이 배웠다. 서로서로 힘이 많이 됐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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