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평화는 생존전략' 실질적 대비책으로 뒷받침돼야

입력 2017-08-15 21:13
[연합시론] '평화는 생존전략' 실질적 대비책으로 뒷받침돼야

(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72주년 경축사를 통해 한반도 안보위기를 우리 정부가 주도해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천명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로 촉발된 지금의 안보 상황을 "정부가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면서 "모든 것을 걸고 전쟁만은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이대로 간다면 수많은 주민의 생존과 한반도 전체를 어려움에 빠뜨릴 것"이라며 즉각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을 촉구했다. 이를 통해서만 국제적 고립과 어두운 미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도 역설했다. 문 대통령이 그간 밝혀온 대북정책의 기본 입장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대내외적으로 주목받는 광복절 경축사에 담겨 더 큰 무게감이 실린 것 같다.

문 대통령은 특히 미국과 관련해 주목할만한 언급을 했다. 미국과 굳건한 동맹을 기반으로 긴밀히 협력하면서 안보위기를 타개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고,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고도 했다.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처해 '예방전쟁'을 비롯한 군사옵션까지 검토하는 상황에 대한 메시지로 보인다. 이는 전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미국 역시 현재의 사태에 대해 우리와 같은 기조로 냉정하고 책임 있게 대응할 것이라 확신한다"며 에둘러 미국 측의 자제를 촉구했던 것보다 더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 같다.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에 대해서는 미국 정부도 같은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외교·안보 책임자들이 현 단계에서 외교적 해결책을 강조하고 전쟁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맞는다고 보인다. 하지만 핵미사일이 본토를 위협하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미국이 외교적 해결책을 고수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을 것 같다. 우리 군 당국에 따르면 미군 측은 군사옵션을 실행하려면 반드시 협의해달라는 우리측 요구에 긍정은 하지만 '그렇게 하겠다'는 식의 똑 부러진 답변은 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한다. 그런 만큼 미국의 약속에 매달리기보다는 최악의 상황에 내몰리지 않도록 사전에 철저히 대비하고 관리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를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우리와 미국 정부의 입장이 다르지 않다"고 두 차례나 강조했다.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대목에서, 그리고 북핵 문제 해결은 핵 동결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말하면서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가 미북 간의 문제가 된 한반도 안보 상황의 현주소를 나타내는 듯하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위기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에서 평화적 해결 원칙이 흔들리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국방력이 뒷받침되는 굳건한 평화를 위해 강한 방위력을 구축하고,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도록 군사적 대화의 문도 열어 놓겠다고도 했다. 한반도의 전쟁은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을 걸고 전쟁만은 막아야 하는 당위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할 것이다. 이는 선언으로만 그쳐서는 안 되며 실질적인 대비책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미북이 대치하는 틈바구니에서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두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평화는 한반도의 시대적 소명이자 우리의 생존전략'이라는 명제를 가슴에 담고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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