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헌의회 부정선거 수사 베네수엘라 검찰 취임식 중단 소송
남미공동시장 베네수엘라 퇴출 논의·페루 외교관계 단절 검토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베네수엘라 검찰이 선거 사기를 주장하며 제헌의회 취임식을 막아달라고 요청하는 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고 AFP·AP통신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루이사 오르테가가 이끄는 검찰은 트위터에서 2명의 검사가 제헌의회 선거 과정에서의 부정행위 등의 혐의를 근거로 취임식 중단을 요청하는 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에 우호적인 대법원을 피하려고 하급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하급 법원도 소송을 기각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오르테가 검찰총장은 앞서 국가선거위원회의 위원 5명 가운데 4명의 범죄 혐의를 조사하도록 검사 2명을 임명하는 등 선거 부정 수사 착수를 지시한 바 있다.
선거 부정 수사는 제헌의회 선거에 투표시스템을 제공한 '스마트매틱'의 안토니오 무히카 최고경영자(CEO)가 "실제 투표수와 적어도 100만 표 차이가 난다"며 조작 의혹을 제기한 이후 단행됐다.
오르테가 총장은 베네수엘라 정권과 대립각을 세워온 여권 내 인사다.
오르테가 총장은 고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로서 현 정권과 같은 좌파 성향이지만, 지난 3월 말 대법원이 야권의 입법권을 대행하는 판결을 내리자 반대 목소리를 본격적으로 내기 시작했다.
그는 반정부시위가 격화하자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추진 중인 제헌의회 구성을 통한 개헌과 반정부시위에 대한 정부의 강경 진압을 비판해왔다.
특히 개헌 등 막강한 권한을 지닌 제헌의회가 마두로 대통령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선거권, 시위와 언론의 자유 등을 억압할 것이라고 그는 우려해왔다.
이런 우려에도 마두로 정권은 4일 제헌의회 취임식을 강행할 방침이다. 야권은 취임식을 저지하기 위해 수도 카라카스에서 대규모 반정부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우파 국가를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는 제헌의회 선거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선언을 뒷받침하기 위한 후속 조치에 착수했다.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은 베네수엘라 문제를 다루기 위한 외교부 장관 회담을 소집했다.
메르코수르는 순번 의장국인 브라질의 수도 브라질리아나 상파울루에서 5일 외교부 장관 회담을 열어 베네수엘라의 퇴출 여부를 논의한다.
앞서 알로이지우 누네스 브라질 외교부 장관은 "메르코수르의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다음 조치는 베네수엘라를 퇴출하는 것이며, 이런 제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페루는 제헌의회 선거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외교관계 단절을 검토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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