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남부 계엄령 연말까지 연장…두테르테, IS와 총력전

입력 2017-07-22 17:18
필리핀 남부 계엄령 연말까지 연장…두테르테, IS와 총력전

독재자 마르코스 전철 밟나…야권·인권단체, 강권통치·민주주의 퇴보 우려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계엄권을 5개월가량 더 행사하며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세력 소탕에 박차를 가한다.

그러나 야권과 인권단체들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IS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강권 통치를 해 민주주의가 퇴보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필리핀 상원과 하원은 22일 합동 특별회의를 열어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섬에 대한 계엄령 발동 기간을 연말까지 연장해달라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요청을 찬성 261명, 반대 18명의 압도적 표차로 승인했다.

출석 상원의원 가운데 16명이 찬성, 4명이 반대했다. 하원의원의 경우 245명이 찬성표를 던졌고 반대는 14명에 그쳤다. 상하원은 친두테르테 진영이 장악하고 있어 이런 결과가 예견됐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5월 23일 IS 추종 반군 '마우테'가 민다나오 섬의 마라위 시를 점령하자 계엄령을 선포했다.

그는 필리핀 헌법상 60일간의 계엄령 발동 기간 만료일이 돌아오자 민다나오 섬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IS 세력 근절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계엄령 연장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앞서 필리핀 대법원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가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마라위 시에서는 계엄군과 마우테의 교전으로 지금까지 600여 명이 사망했다. 마우테는 300여 명으로 추정되는 민간인을 인질로 잡고 저항을 계속하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연말까지 인신보호영장제도의 시행도 중단한다. 이에 따라 계엄군이나 경찰 등이 계속해서 테러 또는 반란 가담 용의자를 영장 없이 체포, 구금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야권과 인권단체들은 반군이 침입한 인구 20만 명의 마라위 시 이외에 이 도시가 속한 인구 2천만 명의 민나다오 섬 전체에 계엄령을 선포한 것은 과도한 조치라고 반발해왔다. 민다나오 섬은 필리핀 전체 국토면적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한다.

이번에 계엄령이 연장됨에 따라 두테르테 대통령이 1972∼1981년 계엄령을 실시,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며 인권 유린을 일삼은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5월 말 계엄령 지역에서 군인들이 여성들을 성폭행해도 좋다는 농담을 했다가 인권·여성단체들의 반발을 샀다.

야권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필리핀 전국으로 계엄령을 확대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안토니오 트릴라네스 상원의원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전국적인 계엄령 발동에 대한 반대가 크지 않다고 느끼면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최근 AFP 통신에 말했다.

한편 필리핀은 현재 진행 중인 IS 세력과의 전쟁을 들어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최대 스포츠 축제인 2019년 동남아시안(SEA) 게임 개최권을 포기했다.

윌리엄 라미레스 필리핀 스포츠위원회 위원장은 "정부 자원을 SEA 게임 개최에 투자하는 대신에 마라위 시 재건에 집중시켜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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