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들 "내년 최저임금 결정방식 위법…위원회 해산해야"

입력 2017-07-17 15:57
수정 2017-07-17 20:38
소상공인들 "내년 최저임금 결정방식 위법…위원회 해산해야"

사퇴 소상공인 최저임금위원 기자회견…"노동생산성·경제성장률 무시"

"정부 가이드라인으로 결정 정황"…"실질적 이해당사자로 위원회 구성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최저임금위원회의 중소기업·소상공인 위원들이 최저임금위원회가 독립성을 잃고 정부의 입김에 휘둘리고 있다며 해산을 촉구했다.

최저임금위원회 중소기업·소상공인 사용자 위원인 김문식·김대준 위원은 17일 서울 신대방동 소상공인연합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용이 된 최저임금위원회는 예산을 낭비하지 말고 문을 닫아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김문식 위원은 한국주유소협회장을, 김대준 위원은 한국컴퓨터소프트웨어판매업협동조합 이사장을 각각 맡고 있다.

이들 위원은 2018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6.4% 인상된 7천530원으로 결정된 것에 항의하는 뜻에서 같은 중소기업·소상공인 사용자 위원인 김영수·박복규 위원과 함께 사퇴의 의사를 전날 밝힌 바 있다.

이들은 "최저임금위원회의 면면과 위촉 과정을 살펴보면 과연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을 결정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최저임금위원회를 해산하고 실제로 최저임금에 영향을 받는 이해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기구를 새로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원들은 "공익 위원은 현장의 절실함을 모르는 정부 추천 학계 인사로 구성돼 있고, 근로자 위원은 최저임금과 무관한 귀족 노조가 주축인 양대 노총 인사들"이라고 지적하면서 "사용자 위원도 대기업 인사 위주로 운영돼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최저임금 수준은 노동생산성과 경제성장률 등을 근거로 정해야 한다고 법에 나와 있으나 이번 위원회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인 15.7%를 결정 기준으로 삼은 정황이 뚜렸하다"며 "최저임금의 인상률 자체도 부담스럽지만 결정한 방식에서부터 법 위반 요소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2020년까지 1만원'이라는 가이드라인을 정해줬기 때문에 앞으로 2년간 최저임금위원회는 열릴 필요도 없다"며 "최저임금위원회에 예산이 1억5천만원이 들어가는데 그냥 문을 닫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위원들은 특히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상공인·중소기업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지출이 11조2천400억원에 달한다며 사실상 정부가 최저임금 1만원도 주지 못하는 소상공인 사업장 정리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내놨다.

이들은 "최저임금이 오른다고 소비로 바로 연결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최저임금이 오르면 대기업과 공기업의 통상 임금도 덩달아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 친노동계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임금 보전 방안으로 고용 불안을 감수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을 밀어 붙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위원들은 정부가 최저임금의 대안으로 제시한 대책들에 대해서도 고민한 흔적은 보이지만 사실상 최저임금의 대안이 아닌 소상공인들의 생존을 돕기 위해 전부터 나왔던 지원책들이라고 평가했다.

지원 예산으로 잡은 3조원이 추가 부담 예상액인 11조2천400억원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혜택이 필요한 사람에게 돌아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내놨다.

이들은 "정부의 지원은 4대 보험을 내는 근로자들 위주로 이뤄질 텐데 5인 미만의 영세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31%는 신용불량이나 부채 등의 이유로 보험에 들지 않는다"며 "정부는 업체가 아닌 근로자에게 직접 근로장려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들은 "신용카드수수료 인하 및 세제 혜택 역시 다양한 중소기업·소상공인 운영형태 등을 고려해 혜택받을 수 있는 매출 기준 등을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며 "최저임금이 올라야 한다는 방향성 자체에는 경영계도 동의하지만 자영업자들이 감내할 수 있을 정도로 올려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kamj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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