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려놓고 수습하지 못한 '왕자와 거지'…'군주' 14.4%로 종영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오랜 역사를 가진 '왕자와 거지' 콘셉트를 조선시대로 가져온 아이디어는 반짝였고, 유승호는 빛났다.
그러나 작가는 역량 부족을 드러내며 이야기를 수습하지 못했다. 이야기의 빈틈을 인물 간 '묵직한' 대화로 메우려 했지만, 코웃음 빚어내는 어설픈 상황들이 이를 받쳐주지 않았다.
MBC TV 월화극 '군주 - 가면의 주인'이 13일 14.4%로 막을 내렸다. 동시간대 확고한 1위의 성적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시청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완성도로 실망감을 안겨줬다.
14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밤 10시 방송된 '군주'는 13.3%-14.4%를 기록했다. 같은 시간 SBS TV '수상한 파트너'는 8.5%-9.5%, KBS 2TV '7일의 왕비'는 4.7%를 각각 기록했다.
'꽃미남 왕세자 불패의 법칙'은 이번에도 유효했다. 스물네살의 유승호는 '모태 미남'의 면모를 마음껏 과시했다. 세자복을 입어도, 보부상으로 변장해도, 마지막에 곤룡포를 입어도 그는 예뻤다. 외모뿐만이 아니다. 아역 출신 배우답게 유승호는 확실하면서도 풍성한 대사 전달력, 물기가 뚝뚝 떨어지는 감성 연기, 화면을 장악하는 환한 아우라를 과시하며 그야말로 '열일' 했다.
온실 속 화초로 자라난 철부지 왕세자가 바닥을 치는 좌절을 거쳐 단단해지고 보부상 두령으로 민심을 잡는 데 성공한 후 다시 궐로 입성하는 과정은 그럴 듯했다. 그나마 이 드라마가 동시간 시청률 1위를 유지하고 마지막에는 15%에 가까운 성적을 낸 것도, 인물의 반전 성공기라는 기본 공식을 따랐기 때문이다. 시청자는 어찌 됐든 주인공이 다시 왕좌에 앉는 것을 보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군주'는 이러한 뼈대 위에 살을 제대로 채우지 못했다. 퓨전 코믹 사극이 아닌 다음에는 기본적인 얼개가 어느 정도 앞뒤가 있어야 하는데 '군주'는 이에 실패하면서 시종 헛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가장 심각했던 것은 조선의 운명이 줄곧 한 여인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모양새였다. 그것도 그 여인을 향한 왕자와 거지의 사랑 때문에 조선의 운명이 늘 풍전등화였으니 허무맹랑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제작진은 애써 '로맨스 사극'이 아니라고 항변했지만 드라마는 결국 '로맨스 사극'에 머물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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